보건복지부는 지난달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외국인 의료인력 연수센터(K메디컬센터)를 짓기 위한 예산 323억원 중 설계비 등 20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추가했다가 야당으로부터 혼쭐을 당했다.
야당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1000억원 규모의 의료교육센터와 기능이 중복된다고 반대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TK지역 편중 예산’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에 한번 내려가 보면 저런 비판을 못할 것”이라며 “대구를 의료산업의 메카로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의료 수출’을 위해서는 외국인을 위한 교육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구와 충북 오송을 의료·바이오 산업 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지정한 게 지난 2009년다. 대구의 경우 4조6000억원 예산을 투입해 38만명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로 키우겠다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하지만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입주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은 기대를 한참 밑돌고 있다. 현재까지 입주기업은 21개에 총 고용인원은 531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입주업체 중 30% 가량은 의료산업과 관련 없는 업종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을 최대한 조기에 투입해 임상센터나 교육센터를 지어야 의료·바이오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 유치 노력으로 올해에는 대구를 찾는 외국인 환자가 1만5000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투자를 통해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예산 투입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첨단의료산업단지의 하드웨어를 갖추는 일 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일이다.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갖추기 위해 마련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고 외국인 환자유치하고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1년이상 역시 국회에 머물러 있다.
건양대 병원경영학과 안상윤 교수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서는 이를 규정하는 독립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병원 입장에서는 외국인 환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노출광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외국인 입장에서도 병원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어 공급자와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세종병원 박진식 원장은 “해외진출이나 외국인환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아직도 제도가 만들어있지 않아 자칫 불법 기관으로 지칭될 우려가 크다”며 관련 법 제정을 주문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러한 입법 움직임이 ‘의료민영화’를 위한 것이라고 반대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차의과대학 지영건 교수는 “공공의료기관과 민간병원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은 감염 예방과 취약계측 건강지원 등 의료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고 민간병원은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일단 두 법 중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 대해서는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올려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법안의 핵심 쟁점은 원격의료 허용과 보험회사 외국인 환자 유치이다. 여야는 일단 원격의료 허용을 원격 모니터링으로 변경하고, 보험회사 외국인 환자 유치 조항 삭제에 잠정 합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야당이 ‘보건의료 분야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목표가 서비스 산업을 통해 고용창출효과가 높고 부가가치가 큰 서비스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보건의료 분야를 빼버리면 경제활성화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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