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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로버에서 독일 BMW로 주인이 바뀌었지만 미니는 디자인, 스포티한 성능 등 개발 당시의 정체성을 5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미니는 변덕이 심하고 시대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개성을 적절히 반영해오고 있다.
해치백인 미니 3도어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왜건형인 미니 클럽맨, SUV(스포츠유틸리티비이클)인 미니 컨트리맨, SAC(스포츠액티비티쿠페)인 미니 페이스맨, 미니 5도어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했다.
이번 무한도전 대상은 미니 클럽맨이다. 8년만에 풀체인지됐다. 클럽맨은 미니 5도어처럼 ‘가족’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사실 미니는 미혼 남녀를 위한 ‘미니카(mini car)’라는 굴레가 있다. 젊었을 때는 다이내믹한 ‘고카트(작은 경주용차) ’성능을 즐길 수 있지만 가족이 생기면 좁은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기는 어려워 다른 차종으로 갈아타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미니는 이에 클럽맨, 미니 컨트리맨, 미니 5도어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해 미니 마니아 이탈을 막고 새로운 수요도 창출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클럽맨은 이중 가족형 미니의 원조다. 이번에 나온 클럽맨은 가족을 위해 슈퍼맨이 되고 싶은 마니아를 겨냥해 크기와 사양을 개선했다.
우선 크기가 커졌다. 미니 최초로 소형 세그먼트에서 가장 큰 UKL2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253x1800x1441mm로 미니 역사상 가장 크다. 미니 5도어보다 270mm 길고 90mm 넓다. 휠베이스는 100mm 길다.
4개의 도어와 좌우로 문을 여는 뒤쪽 스플릿도어, 5개의 풀사이즈 시트도 가족에 초점을 맞춘 클럽맨의 특징이다.
가족 여행에 적합하도록 적재 능력도 향상했다. 트렁크 용량은 360ℓ이고 60대40 비율의 분리식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1250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스필릿도어에는 차체 밑으로 발을 넣었다 빼는 동작만으로도 문을 열 수 있는 컴포트 액세스 기능을 추가했다. 통 큰 미니밴이나 SUV에 맞먹는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미니밴이나 SUV 기능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미니(mini)를 버렸지만 미니(MINI)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미니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디자인을 보면 알 수 있다.
외관은 미니 유전자를 이어받았다. 미니 고유 디자인 요소인 원형 헤드라이트와 육각 그릴을 유지했다. LED 헤드라이트와 안개등은 미니 모델 최초로 적용했다.
사이드미러에도 미니 최초로 차량을 여닫을 때 바닥으로 미니 로고 모양을 비춰주는 웰컴 라이트를 채택했다.
후면에서는 클럽맨 정체성을 보여주는 스필릿도어를 개선했다. 양방향으로 열리는 트렁크의 중영연결 부위 폭을 줄여 뒤쪽 시야를 넓혔다.
넓어진 차폭을 강조하기 위해 리어 램프를 수직형이 아닌 수평형으로 장착했고 크롬 테두리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했다. 스플릿도어 하단에는 도어 개폐 여부를 알려주는 보조라이트를 달았다.
눈으로는 쉽게 보이지 않는 곳에도 공을 들였다. 제동·주행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에어로 다이내믹 기능을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앞 휠의 공기저항이 줄어들 수 있도록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디스플레이서, 휠 아치 내부 난기류를 줄여주는 에어커튼과 에어브리더 등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고카트 느낌을 주는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향상했다.
실내는 디테일에 신경썼다. 계기판이나 송풍구 등을 원이나 타원 등으로 둥글게 처리한 기존 모델과 달리 송풍구 등을 사각형으로 처리했다.
시승차는 클럽맨 쿠퍼S. 4기통 2.0ℓ 가솔린엔진을 채택했다. 미니 최초로 8단 스탭트로닉 변속기도 적용했다. 최고출력은 192마력, 최대토크는 28.6kg.m, 발진가속도(시속 0→100km 도달시간)는 7.1초다.
시동을 걸자 운전자와 앞 유리 사이에 투명한 스크린이 올라온다. 운전자가 계기판이나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거나 돌릴 필요없이 전방을 바라본 상태로 차량 주행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다.
운전자가 도로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주행 상태를 설정할 수 있는 드라이빙 모드는 기본, 스포츠, 그린으로 이뤄졌다.
메모리 기능을 포함한 전동식 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에 모두 설치됐다. 시트 높이, 앞뒤 위치, 등받이 각도, 요추지지대 조절 등을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다.
시동을 걸고 시속 50~100km로 주행했다. 시승코스에 있는 도로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포장한 지 오래돼 요철이 많았고 과속방지턱도 곳곳에 있었다.
기존 미니를 타면 울퉁불퉁한 노면 상태가 몸으로 전달되는 곳이었지만 클럽맨을 타는 동안에는 노면 상태를 파악할 수 없었다. 승차감이 너무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속도를 높여도 통통 튀는 미니의 고카트 느낌은 찾을 수 없었다. 8단 변속기도 매끄럽게 변속했다.
기존 미니를 타다가 클럽맨을 타면 프리미엄 중형세단으로 착각할 정도로 편안했고 정숙했다. 기존 미니를 타고 장거리를 운전하면 온 몸에 뻐근함이 밀려왔지만 클럽맨은 운전 피로가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이 역시 커진 덩치처럼 가족을 배려한 세팅이다.
미니의 ‘날쌘돌이’ 매력이 아쉽게 느껴져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묵직함과 함께 고카트 느낌이 살아났다. 지그
클럽맨은 미니 정체성은 지키면서 기존 미니가 갖추지 못한 부드러운 매력을 추가한 ‘미니 인 듯 미니 아닌 미니 같은’ 미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가격은 3000만원 후반대에서 4000만원 초반대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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