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삼성 LG 등 다른 경쟁 그룹사들이 지원하는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따라 방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벌그룹 회장이 다른 그룹 사업장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는 명분이나 자존심을 넘어서 경쟁사들의 창조경제혁신사례에서 배울 점은 확실히 배우겠다는 모습을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16일 SK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8월 사면 복권 이후 지금까지 총 7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다. 현재 전국에는 총 15개 기업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해 만든 총 18개의 혁신센터가 있다.
최 회장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SK그룹이 세종과 대전에 세운 두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다. 이어 일주일새 충북(LG그룹, 전자정보·바이오)·울산(현대중공업, 조선 ·기계)·대구(삼성전자, 전자) 등 5곳을 방문했다. 이어 최근에는경기(KT, IT서비스)·서울(CJ, 문화) 등을 잇따라 찾았다. 최 회장은 앞으로도 시간을 내 나머지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총수가 타 그룹이 주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방문한 것은 최 회장이 사실상 처음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행동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SK그룹은 이와 관련해 “평소 최 회장이 벤처, 스타트업 육성 방안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때문”이라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타 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 회장은 울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SK가 지원하는 센터의 성과창출도 중요하지만, 국가적인 관점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들 간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대구혁신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창조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다른 센터들과 협력해 공동의 발전을 이끌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최 회장은 센터간 정보의 공유, 센터를 통해 만들어낸 특허 등을 일반인들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간 협업은 이미 결실을 맺기도 했다. 대전센터에서 출발한 와이파이 카메라생산 업체인 ‘더에스’는 부산센터와 협업을 통해 ‘롯데원TV’ 쇼핑몰에 입점했다. 또 2차전지 업체인 ‘스탠더드에너지’는 전북센터의 탄소섬유 기술을 접목한 신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김부기 스탠더드에너지 대표는 “센터간 협업과 SK그룹과 교류를 통해 배터리 및 소재분야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전센터의 ICT에 서울센터의 문화콘텐츠를 접목한 한류아이템 공동개발도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의 벤처와 창업에 대한 관심은 SK그룹이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K그룹은 올해 청년벤처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청년 비상’을 출범시켰다. 서울과 인천, 경기, 대전, 세종 등에 소재한 대학을 상대로 최종 25개 대학을 선정해 2년동안 6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총 2만명의 학생에게 창업교육을 실시한다는 목표다.
또 이 기간동안 우수 창업아이템 경진대회를 열어 최종 10개팀을 선정한 뒤 최장 10개월에 걸쳐 SK그룹 전문가들이 멘토링과 함께 최대 2000만원의 창업지원비를 준다. 또 매년 4개 팀, 2년 동안 모두 8개 팀을 선발해 해 SK그룹의 인프라를 활용해 외에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와 함께 SK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고용 디딤돌 프로젝트도 재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대기업과 협력사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수료 후에는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30대 그룹 중에서는 SK 외에도 삼성, 현대차 등 총 12개 그룹이 참여할 예정이다.
SK그룹 고용디딤돌 프로젝트에는 SK그룹사와 협력사 등 총 300여사가 참여한다. 응시자는 총 68가지 업무에 신청할 수 있다. 신청 때 원하는 기업이나 직무를 2개까지 복수 지원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SK그룹이 후원하는 사회적기업, 서울
선발된 인원은 1~3개월가량의 직무교육기간을 거쳐 3개월간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직무교육과 인턴기간에 각각 월 50만원(훈련수당)과 150만원(인턴수당)이 지급된다. 과정을 마친 사람에게는 수료증과 함게 취업지원금 100만~300만원을 제공한다.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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