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CEO, 페카 바우라모 핀에어 CEO, 에릭 슐츠 롤스로이스 엔진사업 부문 사장 |
2013년 6월 북유럽 최대 항공사 핀에어의 CEO에 취임한 페카 바우라모(Pekka Vauramo)는 딜레마에 빠졌다. 취임하자마자 그가 맡은 최우선과제는 악화된 재정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비용 절감‘이었다. 회사는 이미 그가 취임하기 직전 2차 비용절감(약 750억원)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바우라모 CEO의 전임자였던 미카 베빌라이넨 역시 비용절감을 추진했으나 그 과정에서 잇따른 파업을 치르면서 손실만 키웠다는 데 있었다. 예컨대, 지난 2010년 12월 승무원 노조의 파업으로 핀에어가 떠안은 손실액만 2500만유로(약 323억원)에 달했다. 당시 노조 파업이 없었더라면 핀에어는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다. 기술자 업무 아웃소싱이 발단이 된 핀에어 노조의 2012년 파업 역시 상당한 손실을 끼쳤다.
일단 바우라모 CEO는 임금삭감 등 비용절감 과제를 성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그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노조의 파업을 겪지 않았다. 과연 그는 어떻게 파업 없이 승무원·조종사 노조와 합의를 이룰 수 있었을까.
매일경제 더 비즈 타임스팀은 이달 초 헬싱키발 툴루즈행 기내에서 바우라모 CEO를 단독 인터뷰하며 무(無)파업 비결 등 그의 경영 노하우에 대해 들었다. 그는 “핀에어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많은 정보를 노조측과 공유하니 그들 스스로가 비용절감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덕분에 큰 탈 없이 노조와 합의안을 도출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합의안 도출 후 고객들이 핀에어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실감할 정도로 노사 상생의 결과가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핀에어는 연관 기관의 파업에도 동조하지 않고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2013년 6월 취임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는데 여태까지 세운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인가.
▶내가 CEO로 핀에어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회사는 흥미로운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비용절감 시기를 거치고 있는 동시에 핀에어 역사상 가장 큰 투자인 A350기종 투자를 진행 중이었다. 2014년 핀에어 직원들이 소속되어 있는 모든 노조와 비용절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것이 여태까지 내가 이룬 가장 큰 공로다. 이는 핀에어 직원들이 자사의 미래 구축에 한 마음, 한 뜻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비용절감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사실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핀에어는 다른 항공사들을 벤치마킹하며 비용절감의 필요성을 느꼈다. 1차적으로 1억4000만 유로(1750억원) 규모의 비용절감을 목표 삼았고 이후 6000만 유로(750억원)를 더 절감해야 된다고 판단되어 총 2억 유로(2500억원)규모의 비용절감을 실천해야 했다. 내가 CEO가 되고 난 후 전 직원들과 노사협약을 다시 해야 했다. 단 한 번의 노조파업 없이 재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노조와 비용절감에 대해 합의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이뤄낸 성과다. 직원들에게 현재 핀에어의 (재정) 상태에 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했다. 노조측은 자체적으로도 핀에어 사업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파헤쳤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핀에어가 성장하기 위해선 비용절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노조의 입장에선 100% 만족스러운 결과가 창출되진 않았다. 근무시간을 바꾸고 급여를 삭감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에 익숙해 질 것이라 믿는다.
-비용절감 프로그램을 실행한 후 자사 내부 분위기뿐만 아니라 외부 반응도 달라졌을 것 같다.
▶지난 6개월 동안 고객들이 보낸 이메일을 보면 변화를 알 수 있다. 그들이 최근 보내는 이메일은 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로, 비용절감 계획 실천을 위해 힘쓰던 2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현재 핀에어의 서비스가 훨씬 개선되고 기내 안에서 직원들이 더 많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이다. 핀에어 기내 분위기가 훨씬 더 안정되고 밝아졌다는 목소리를 듣는다.
-지난달 핀란드 근로자 220만명을 대표하는 노조 3곳은 정부의 초과근무 수당과 휴일 단축 등에 대한 정부의 재정감축 계획에 반대하며 파업을 했었다. 이는 핀에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었는가.
▶대중교통 노조 파업으로 인해 당일 일부 핀에어 국내선 운항이 취소되었었다. (당시 핀에어 노조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직원들은 (서로 협력해) 고객
[헬싱키(핀란드)·툴루즈(프랑스) =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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