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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대형병원의 건강검진센터. 사진은 특정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매경DB] |
건강검진은 전날 밤 9시부터 금식을 하고 그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문진표 작성과 함께 혈액 및 소변채취를 시작으로 초음파, 체지방·비만, 폐기능, 심전도, 흉부 X-레이, 골밀도, 위·대장 내시경 검사 순으로 받는다. 추가로 CT(전산화단층촬영), MRI(자기공명단층촬영), PET(양전자단층촬영)를 선택해 암을 비롯한 뇌·흉부·심장부위를 자세하게 검사할 수있다. 또 건강검진을 받고 며칠후 받는 진단결과 통지문을 대충 훑어 보고 큰 문제가 없으면 서랍에 구겨넣고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건강검진표에는 미래에 앓게 될 질병을 예측할 수있는 여러 숫자들이 적혀있다. 숫자 의미를 모두 정확히 알 필요는 없지만 식·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간염, 협심증, 뇌졸중 등과 같은 질병으로 악화될 수있는 매우 유익한 정보들이 나열돼 있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의료원장(‘닥터 건강검진’저자)은 “건강검진표를 책상서랍에 구겨넣지 말고 가능하면 병원을 찾아가서 담당의사의 주의사항을 듣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며 “현재 질환이 없다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양형규 원장은 이어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시작하는 40대부터 살림살이 가계부를 쓰듯이 건강검진표를 토대로 ‘위험 수치’를 낮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쁜 자영업자나 건강검진 비용이 부담되는 사람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무료검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때 기본검사 이외에 추가 항목을 넣어 검사를 받을 경우 비용을 줄일 수있다. 종합검진은 큰 병원보다 중소병원 검사가 의료수가가 낮고 한국건강관리협회 등을 이용하면 비용을 낮출 수있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종합검진 대상자는 주로 만 35세이상, 근속 10년이상 임직원이다. 기본 검진항목에는 문진, 안과, 청력, 혈액, 소화기검사(위내시경 또는 위장조영술), 간기능, 당뇨, 심폐기능, 암표지자, 콜레스테롤(중성지방), 신장, 소변, 통풍, 상복부 초음파, 유방촬영·자궁암검사(여성) 등이 있다. 기본검진항목에 추가 검진항목으로 PET-CT, 뇌 MRI나 뇌CT, 요추 또는 경추 MRI, 복부CT, 심장CT, 폐CT, 대장내시경(위내시경은 기본항목에 포함), 전립선초음파, 부인과(유방)초음파, 골밀도, 갑상선초음파 등이 있으며 병원마다 2개항목을 하나로 묶어 선택을 1개 골라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과거에 어떤 검사를 받았고 어떤 병을 앓았는지, 집안에 최근 어떤 환자가 생겼는지, 현재의 나의 생활·식습관은 어떤지를 고려해 고르라”고 조언한다.
방사선을 조사(照射)해 검사하는 CT는 가능하면 중복 검사를 피하는 게 좋다. 매년 건강검진을 하다 보면 고를 항목이 없어 발암가능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CT를 해마다 번갈아가며 신체부위별로 찍는 경우도 허다하다. PET-CT는 방사선량이 CT보다 낮지만 약 10~25mSv(밀리시버트)이다. 한꺼번에 100mSv이상의 고선량 방사선을 받게 되면 암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고, 그 이하의 방사선량을 받은 경우 방사선량이 낮을수록 위험도가 낮아지지만, 위해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따라서 초음파와 CT검사가 중복될 경우 초음파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CT검사와 MRI검사가 중복됐을 경우에도 방사선 노출위험이 없는 MRI항목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암을 이전에 앓았거나 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임신부는 CT촬영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CT검사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촬영부위를 가급적 3년안에 중복 검사를 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 참고로 연간 자연 방사선량은 3mSv 정도이며, 방사선종사자는 1년에 제한하는 한계선량이 20mSv 정도이다.
건강검진 항목에는 중복검사를 받거나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는 검사도 많다. 일례로 종합병원의 기본검진에는 복부초음파 검사가 있는데, 정밀검사를 할 경우 복부CT검사가 추가된다. 이 검사를 동시에 받는다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중복검사다. 혈액만으로 중풍을 검사할 수 있다는 생혈검사나 체내독성을 측정한다는 모발검사 등도 정확성이 떨어지고 효율성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혈액으로 각종 암을 찾아낸다는 종양표지자 검사도 전립선암표지자 검사와 간암표지자 검사 정도만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을 뿐이다.
건강검진은 연령별로 검사항목을 달리하는 게 좋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술 자리가 잦은 30대는 위내시경과 복부초음파를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30대는 업무로 인해 식사시간을 제때 챙기지 못해 위궤양 발생가능성이 높다. 또한 퇴근 후 상사와 잦은 술자리는 간을 혹사시킨다. 혈액검사와 복부초음파로 간 건강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30대 여성은 가임기와 맞물려 있어 산부인과 질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와 질염 검사를 적극 추천한다. 일과 육아를 함께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30대 여성은 여성호르몬 검사와 위내시경 검사를 해볼만하다.
40대 남성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질환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나이로 과로와 음주로 인한 간손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방간과 간경화 초기를 진단할 수있는 간섬유화 스캔을 적극 추천한다. 특히 40대는 심혈관질환의 발병이 시작되기 때문에 동맥경화협착검사를 통해 혈관 건강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40대여성은 유방암 검사를 반드시 해봐야 한다. 먹는 식사량에 비해 운동할 여력이 없는 40대 여성은 뱃살이 많이 생기고 덩달아 유방암에도 쉽게 노출된다. 따라서 유방 X-레이, 초음파 검사와 함께 당뇨병과 고지혈증 확인을 위해 혈액검사는 기본이다. 50대는 폐 건강과 심장혈관을 꼼꼼히 살펴볼 수있는 관상동맥CT를 적극 권장한다. 또한 대장내시경 검사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한번쯤 받아보는 게 상책이다. 회사 간부로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와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는 40~50대 중년층은 잦은 회식과 술, 흡연으로 심장부위 혈관이 막혀 돌연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심장혈관이 좁아져 병원을 찾는 협심증 환자는 한해 50만을 웃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31%로 가장 많지만 50대 23.1%, 40대 9.2%로 40~50대가 32.3%를 차지한다. 50대 여성은 폐경을 경험하는 나이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면서 동맥경화증과 더불어 협심증이 급격히 증가한다. 또한 골밀도(골다공증 진단)검사를 통해 한번쯤 뼈 상태를 알아보는 게 좋다. 갑상선 초음파와 함께 대장내시경 검사도 50대여성이라면 꼭 해봐야 한다.
60대 남성은 60%가 앓고 있는 전립선비대증이 있는지 전립선 초음파검사와 전립선 종양표지자(PSA)검사를 가급적 받아보는 게 좋다. 잔뇨량 확인 및 요속검사를 할 수있다면 더욱 좋다. 60대 여성은 치매가능성이 없는지 뇌 MRI나 뇌 PET검사를 적극 추천한다. 치매는 조기 진단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예방이 가능한 혈관성 치매는 뇌 MRI나 PET로 치매여부를 평가할 수있다.
건강검진은 건강상태에 대한 소견(검진표)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실천해야 한다. 검진표를 봤을 때 정상이지만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식습관, 운동, 수면시간, 음주습관, 스트레스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검진표에서 ‘정상’이라고 해서 질환이 없다고 단정할 수없다. 정상은 의학적으로 건강한 사람(큰 질환없고 술·담배 거의 안한 정상인)의 측정치로부터 가장 높은 쪽과 가장 낮은 쪽의 2.5%를 제외한 95%를 말하는 것으로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없다. 따라서 수치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복시 혈당이 똑같은 115㎎/㎗라도 의미가 다를 수있다. 한 사람은 수치변화가 85→98→115㎎/㎗로 검사때마다 올라가고 또 다른 사람은 141→129→115㎎/㎗로 내려간다면 수치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간기능 수치도 ALT(SGPT)가 40u/ℓ까지 정상으로 보고있지만 15u/ℓ나온 사람과 35u/ℓ나온 사람 모두 정상치(참고치)에 있지만 다르다. 수능시험에서 1등급이지만 1등과 3등급의 차이와 같다.
■ 나이별 추천 건강검진 항목
·30대 남성= 기본검사(혈액,소변,폐기능, 혈압 및 체성분 분석)+위내시경+복부초음파
·40대 남성= 기본검사+ 위내시경 + 복부초음파+간섬유화 검사+동맥경화 검사
·50대 남성= 기본 검사+ 위/대장내시경+복부초음파+관상동맥 CT
·60대 남성= 기본 검사+ PSA(전립선 종양표지자)검사+ 복부/전립선초음파+위내시경
·70대 이상= 혈액검사 + 소변검사 + 위내시경 + 복부초음파 + 복부 CT(췌장암, 담도암 확인) + 근력검사, 체형 정밀분석
·30대 여성= 기본검사+HPV(인유두종바이러스검사)+질염검사
·40대 여성= 기본 검사+ 위내시경+ 복부/유방초음파+유방 X레이 검사
·50대 여성= 기본검사 + 비타민D + 위/대장 내시경+복부/갑상선 초음파+골밀도 검사
·60대 여성= 기본검사+ 위내시경 + 복부 초음파 + 뇌 MRI +뇌 PET 검사
※자료= 연세대 세브란스 체크업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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