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가 국산차를 비롯한 전 디젤 차량으로 전방위 확산될 조짐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12월부터 다른 차종과 브랜드의 디젤차로 검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검사대상에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망라해 현재 국내 시판중인 주요 디젤차량 상당수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로 6 기준 모델을 위주로 검사할 계획이지만 크로스체크 차원에서 유로 5 차량도 함께 검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사결과 불합격 또는 폭스바겐과 같은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을 목적으로 한 ‘임의설정(defeat device)’이 확인되면 판매정지 및 리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선 인증취소까지 갈 수도 있다.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가 유로 5에서 유로 6로 강화된 지난해 9월이후 새로 출시된 디젤차량은 모두 유로6 기준의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에서 문제가 된 폭스바겐 차량 역시 동일한 저감장치를 장착했다.
유로6 기준의 차는 질소산화물 저장제거장치(LNT)나 선택적 촉매 환원장치(SCR)중 하나를 채택하거나 둘 모두 사용하기도 한다.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유로6 디젤 차량은 모두 LNT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 출시된 현대차 쏘나타, 맥스크루즈, 아반떼와 기아차 K5, 스포티지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메이커 가운데는 BMW가 LNT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SCR을 사용한다.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선 폭스바겐처럼 소프트웨어를 끼워넣어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업체가 또 나올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어렵다. 폭스바겐이 쓴 속임수가 어느 한 업체의 돌발적 일탈이 아니라 업계 관행으로 성격이 전환되면서 디젤차량에 대한 전면 불신을 불러올 수 있는 시나리오다. 개별 기업들은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행태는 같은 업종에 있는 우리가 볼때도 매우 충격적”이라며 “폭스바겐 ‘단독범행’으로 보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우리는 당당하다’고 외칠수 있는 업체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국제 환경단체들이 그동안 시행한 몇몇 조사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디젤차는 테스트 조건에서의 배기가스 배출량과 실주행 배출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2014년 유로6 기준에 드는 디젤차 15개 모델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실제 도로에서 배출가스 측정(RDE)을 실시한 결과 1개 모델을 제외한 14개 모델이 유로6 기준치를 훨씬 뛰어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최대 7배 이상 배출한 모델도 있었다. 이 조사가 폭스바겐 사태의 시발점이다.
실주행 배출량이 기준을 넘어선다고 해서 ‘임의설정’을 했을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자동차 연비나 배기가스 배출은 도로환경 또는 운전습관 등 가변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는다. 통제된 환경에서 이뤄지는 검사가 이를 반영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업체는 검사기준을 충족하면 되는 것이고 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자동차를 제작한다. 그렇다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검사기준을 먼저 문제삼아야지 기준에 맞춰 자동차를 제작한 제조사에 1차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물론 폭스바겐처럼 의도적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그러나 ‘테스트 따로, 실주행 따로’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클린디젤이라더니 실제로는 ‘클린(clean)’하지 않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친환경연료의 주요축을 담당해온 디젤시대의 종언을 점치는 전문가도 있다.
향후 조사에서 드러나는 실주행과 테스트간 괴리의 폭에 따라 여론의 향배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 기대를 뛰어넘는 큰 폭의 괴리가 확인된다면 현행 검사 방식의 대대적 손질이 불가피하다. ‘클린디젤’을 장려해 온 정부정책도 바뀔 가능성이
정치권에서도 폭스바겐 사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8일 열리는 국정감사에 토머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을 채택했다. 국정감사에서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및 클린디젤 정책에 대한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원명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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