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들어 시중은행의 대출심리가 팍팍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정부의 추경편성 등 확장적인 통화·재정 정책을 펴고 있지만 기대했던것 만큼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3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3분기 시중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보다 7포인트나 낮아진 1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론적으로 대출태도지수는 양(+)을 기록하면 그만큼 대출심리가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번 3분기 발표치는 지난 10년 간 장기평균치(3.8)을 밑돌아서 실질적으로는 시중은행의 대출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또한 4분기 시중은행의 대출심리는 3분기에 비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록 정부와 한은이 적극적인 경기부양 대책을 펴고 있지만 중국발 경기둔화로 인해 수출이 대폭적으로 감소하면서 기업경기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3분기에 시중은행의 대출심리가 급감한 이유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들어 적극적으로 변동금리·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은행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고정금리·분할상환식으로 바꾸면서 ‘주택담보대출 장사’로 짭짤한 이익을 냈던 은행들이 가계부채에 대해 그간의 완화기조를 바꿔 강화로 전환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6을 기록해 기존 전망치(16)를 크게 하회했다.
4분기 들어서는 이러한 대출심리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민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과장은 “조선업 등 취약업종의 부실우려로 국내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가 4분기 들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중소기업은 시중은행의 대출이 오히려 늘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경기악화로 인해 신용위험도가 늘고 있지만 그만큼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대출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로 인해 개인사업자(프렌차이즈 업체 운영 등)를 중심으로 대출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조 과장은 “신용보증기금이나 지자체에서 고령 은퇴자 등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담보를 받고 보증서를 발행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가계와 대기업 대출의 길이 막힌 은행들이 국가에서 보증을 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새로운 수익원천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은행금융기관도 대출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한도가 60%에서 50%로 하향되면서 저축은행, 지방 상호금융조합을 중심으로 대출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조 과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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