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은 ‘귀의 날’이다. 숫자 9가 사람의 귀와 닮은 이유도 있지만, 이맘때 쯤 귀 질환자가 늘어난 것도 주된 9월 9일을 귀의 날로 정한 이유다. 실제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환절기 무렵에는 귀 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환절기 감기나 수영을 하고 난 뒤 귀에 물이 들어가 생긴 염증으로 인한 귀 질환이 많이 생긴 탓이다.
귀는 청각과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크게 바깥귀(外耳), 가운데귀(中耳), 속귀(內耳)로 나뉘다. 바깥귀는 귓바퀴에서 귓구멍으로 고막에 이르는 부위를 말하며, 가운데귀는 고막 안쪽 공간을, 속귀는 그 안쪽 뼈로 싸인 부분을 가리킨다. 속귀은 골미(전정, 달팽이관, 세반고리관)와 막미(골미의 안쪽부분)로 다시 세분화할 수 있다.
귓바퀴는 소리를 모으는 깔대기 역할을 한다. 그런 귀가 2개인 덕분에 소리 방향과 좌우를 구별할 수있다. 일단 소리가 귓구멍 안으로 들어오면 뇌가 그 소리를 판단한다.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고막에서 기계적 진동으로 바뀌고 이것은 고막과 연결된 3개 뼈를 진동시킨 뒤 속귀로 전달된다. 속귀를 채우고 있는 림프액이 진동하면 미세한 유모세포가 움직이고 신경이 이 움직임을 전기적 신호로 인식해 뇌로 전달해 소리를 듣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귀지가 너무 많으면 음파가 고막에 전달되는 것을 가로 막아 뼈들이 진동하지 못하고 결국 청력이 떨어진다. 냄새까지 나는 귀지는 사실 죽은 피부세포를 포함한 40가지 이상 물질로 구성된 것으로 물, 곰팡이, 세균으로 부터 귀를 보호한다. 적당한 귀지가 보이면 귀가 자동적으로 청소되고 있다는 건강한 신호다. 하지만 다량의 귀지가 생기는 것은 문제고 이를 방치하면 청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귀 질병은 병이 발생한 위치와 종류에 따라 외이염, 중이염, 내이염, 메니에르병, 난청, 이명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귀 질병은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평소 귀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잘 살펴보면 귀 질환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먼저 수영을 하고 나서 귀가 가려우면 외이도염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외이도염은 외이도에 세균이나 진균에 감염된 질환이다. 악화되면 악취가 나는 누런 분비물이 나오고 통증이 생긴다.
음악을 틀지 않았는데도 음악소리가 들리고, 실제로 없는 울림이나 소리가 들리면 ‘이명(귀울림)’을 의심할 수있다. 일부 이명 환자는 맥박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까지 들리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해 이명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08년 24만 3419명에서 2013년 28만 2582명으로 늘었다. 이명환자는 4명중 1명이 30대이하로 이어폰 사용량증가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귀울림이 심하면 중이염이나 부비동염, 메니에르병 신호일 수 있다. 잦은 귀울림은 빈혈, 갑상선기능저하증, 고혈압, 동맥경화 등과 같은 질병의 경고일 수 있다. 메니에르병은 현기증과 청력 저하, 이명, 이 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등과 같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질병이다.
대화를 할 때 자주 “뭐라고?”라고 묻거나 다른 식구에게서 TV소리가 너무 크다는 불평을 듣는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볼 수있다. 어느 날 갑자기 창밖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안들리거나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돌발성 난청’을 의심해봐야 한다. 돌발성 난청은 72시간동안 한쪽 귀 청력이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는 돌발성 난청은 중이염이나 고막천공, 뇌경색 같은 중추신경계질환 등이 원인이다. 환자의 20~60%는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이 경우 어지러움이 없는 환자보다 청력회복이 좋지 않다. 돌발성 난청은 해마다 인구 10만명당 5~20명꼴로 발생하고 30~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돌발성 난청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 난청이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 난청과 동반된 어지러움이나 이명이 있는지, 당뇨나 고혈압, 약물기왕력, 앓고 있는 질환들을 문진을 통해 확인하고, 돌발성 난청이 의심되면 순음청력검사를 통해 진단을 하게 된다. 순음청력검사는 여러 가지 다른 높낮이의 음에서 환자가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를 측정하는 검사다.
돌발성 난청을 경험한 사람의 3분의 1은 청력이 다시 돌아오지만 3분의 1은 조금 호전되고, 나머지 3분의 1은 그 상태가 그대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된다. 돌발성 난청은 메니에르병이나 청신경종과 같은 몇몇 심각한 귀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만약 돌발성 난청, 통증, 비정상적인 분비물, 출혈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찾아가거나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연령별로 보면 어린이는 중이염, 청소년층은 소음성 난청, 중·장년층과 노인은 노인성 난청에 취약하다.
중이염은 귀 내부 기관이 완전 발육하는 6세 이전 소아의 90%가 한 번씩은 앓는다. 소아의 3분의 1이 1년에 3번이상 앓는 흔한 질환이다. 중이염은 정상 청력을 갖고 태어난 소아에서 청각 장애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박수경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급성중이염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귀가 아프고 귀에서 액체나 고름이 나온다”며 “급성중이염 환자의 10~20%는 중이에 찬 액체나 고름이 빠지지 않는 삼출성중이염으로 발전해 고막 변성이나 청력 장애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이염을 예방하려면 어린이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특히 코감기에 걸린 후에는 반드시 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소아에게 자주 발생하는 급성중이염은 집단 보육시설에서 전염되는 감기에 주의하고, 생후 6개월까지 모유 수유를 하고, 누워서 우유병을 빨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생후 6~12개월 사이에는 공갈젖꼭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어른들은 귀에 물이 들어가면 면봉으로 닦아내기보다 귀 입구만 화장지로 닦아내고 외이도 안은 손을 대거나 후비지 않는 것이 좋다. 햇볕을 충분히 쬐어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30~40대에 잘 생기는 소음성난청은 청소년 때부터 청력을 혹사한 게 원인이다. 청소년들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많이 듣고 휴대폰 통화를 많이 하는데, 소음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고 강도가 셀수록 소음성 난청이 빨라진다.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은 “소음성 난청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대부분 난청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하게 된다”며 “평소 하루 1시간 이상 이어폰 음량이 바깥으로 새어나올 정도로 크게 키워서 듣는 경우가 많다면 청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소음성 난청은 영구적 장애여서 일단 발생하면 평생 보청기를 착용하든지, 아니면 인공와우수술을 받아야 한다.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려면, 먼저 음악을 들을 때 이어폰보다는 헤드폰, 헤드폰보다는 스피커로 들어야 한다. 둘째, 40~50분간 음악을 들으면 10분 정도는 쉬었다 듣는게 좋다. 휴대폰 통화도 한 번에 30분을 넘지 않도록 한다. 셋째, PC방과 노래방의 소음도 매우 커서 1시간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소리를 줄일 수 있는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질환이다. 청력은 65세가 넘어서면 약 60%가 어느 정도 기능이 떨어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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