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본격화 6개월 만에 출석…협력사 비자금 정황, 막판 변수
포스코 비리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3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3월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포스코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한 지 약 6개월 만입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정 전 회장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오전 9시5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정 전 회장은 취재진을 만나 "포스코를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 이해관계자 여러분, 가족 여러분께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성진지오텍 지분 인수 등 각종 의혹 사안에 관한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조사실로 들어갔습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재임 기간인 2009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포스코그룹에서 빚어진 각종 비리 의혹을 놓고 정 전 회장의 관여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이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 지분을 비정상적으로 인수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우선 조사 대상이다. 성진지오텍 인수는 정 전 회장 시절의 대표적인 부실 인수·합병 사례로 꼽힙니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시세의 배(倍)에 가까운 주당 1만6천331원에 사들였다. 당시 성진지오텍 최대주주로, 정 전 회장과 친한 것으로 알려진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은 지분매각 과정에서 큰 시세차익을 남겼습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을 상대로 회사 측에 막대한 손해를 안긴 성진지오텍 지분 거래를 지시했는지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건설이 협력사인 동양종합건설에 사업상의 특혜를 주는 과정에 정 전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 대상입니다.
이미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동양종합건설에 3천억원 규모의 인도 생산시설 조성 공사를 몰아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포스코 측 임원으로부터 확보한 바 있습니다.
2010년 시작한 이 공사는 인도에 아연도급강판 생산시설을 짓는 사업입니다.
정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지만 포스코건설 임원들의 반대 속에 동양종합건설은 850억원대의 토목 공사만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포스코와 슬래브 등 철강 중간재를 거래하는 업체인 코스틸에 정 전 회장의 인척이 고문으로 재직하며 4억원대의 고문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날 정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반년 가량 이어진 포스코 비리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수사 착수 당시에는 검찰의 수사 방향이 결국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포스코 경영의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이명박 정부 실세들을 조준할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차례 기각되고 배성로(60) 동양종합건설 전 회장의 구속영장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는 등 핵심 인물에 대한 강제수사가 좌절되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또 다른 포스코 협력업체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면서 수사 막바지에 변수로 떠오를지 주목됩니다.
검찰은 이달 1일 포스코의 제철소 설비를 시공·정비하는 협력사인 티엠테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업체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박모씨는 이상득 전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소장을 지낸 측근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티엠테크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으로부터 일감을 집중 수주한 뒤 수익 일부를 비자금으로 만든 정황을 잡았습니다.
수사팀은 포스코 고위 관계자나 이 전 부의장을 비롯한 정치권에 비자금 일부가 유입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금 경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티엠테크 사건 수사에서 단서가 확보되는대로 정 전 회장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은 조사할 내용이 많아서 재소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 전 회장의 신병처리 방향과 포스코 수사의 종료
비리 단서가 나오면 수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반면 단순한 횡령 사건으로 끝날 경우 이달 추석 연휴 전에 정 전 회장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와 함께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