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55)이 부친인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의 입관식과 발인 직전 두 차례 입관실(시신안치실)을 찾아 눈물을 보였다. 감염 우려 탓에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진 못했지만 장자로서의 도리를 다하려 했다는 게 CJ측의 설명이다.
20일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아버지 시신이 운구된 지난 17일 오후 8시분께 입관식 후반부에 참석했다. 이후 발인 전날인 19일 오후 11시30분께에도 다시 입관실을 찾아 아버지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CJ관계자는 “이 회장이 17일 입관식 때 휠체어에 의지한 채 환자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암병동에서 내려와 17분가량 머물렀다”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동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입관실에는 이 회장의 부인인 김희재씨와 아들인 이선호씨 등 직계가족이 함께했다. 이날 입관식에는 이인희 한솔 고문을 비롯해 이명희 신세계 회장, 홍라희 삼성 리움미술관장 등 친인척들이 자리했지만 이 회장은 이들이 떠나고 직계가족만 남은 상태에서 입관실로 들어가 서로 마주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J관계자는 “관을 봉인하기 전 마지막으로 아버지 모습을 지켜보던 이 회장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관이 닫히는 순간 크게 오열했다”면서 “이 회장은 17분 정도 머문 뒤 다시 암병동 입원실로 향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발인 전날인 19일 밤 11시30분께 다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 위치한 시신 안치실을 찾았다. 발인식에 앞서 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입관실 내 시신안치실에 있던 아버지 관을 수차례 쓰다듬으며 눈물을 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도 부인과 아들 등 직계가족만 자리했으며 이 회장은 12분 정도가 흐른 뒤 입관실을 빠져나왔다.
CJ관계자는 “(이 회장은) 어릴 때부터 이맹희 명예회장과 떨어져 지내 살가운 감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관을 부여잡고 흐느끼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며 “부모와 자식의 천륜은 어쩔 수 없나 보다”고 말했다.
고 이맹희 명예회장 역시 회고록인 ‘묻어둔 이야기’를 통해 아들인 이 회장에 대한 애틋함을 표현한 바 있다.
그는 회고록에서 “내가 보수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대할 때 마음이 늘 푸근한 것은 딸보다는 아들, 그 중에서도 맏아들”이라며 “’누구의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생을 살아본 나는, 재현이가 ‘누구의 맏손자’라는 이름으로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애비로서 늘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만성신부전증인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8월 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 중 건강 악화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후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한 면역억제 치료와 감염관리를 받고 있다. 말초 신경과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인 ‘샤르콧-마리-투스’ 악화로 현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고 이맹희 회장의 빈소가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것도 아버지를 국내에 모시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던 이 회장이 아버지 마지막 길이라도 가까이 하겠다는 의사를 존중한 가족들의 배려였다는 게 CJ그룹 측의 설명이다.
고 이맹희 명예회장의 발인은 이날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식은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이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씨 등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졌으며 오전 8시부터 서울 중구 필동로 CJ인재원에서 영결식이 진행되고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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