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도금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A사는 이른바 ‘화평법·화관법(화학물질 등록·평가 및 물질관리법)’ 문제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유예기간 3년(2018년 6월) 안에 화학물지 저장설비를 따로 확충하고 부지를 넓히는 등 시설을 구축해야 하는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A사 대표는 “회사 소유도 아닌 임대공장이라 수억원을 들여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가급적 빨리 이전할 다른 공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화학물질을 유통하는 B사는 사실상 대응 포기 상태다. B사 대표는 “화평·화관법에 나와 있는 용어 자체가 너무 어렵고 법규도 워낙 복잡해 중소기업에서는 검토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며 “화평법은 유예기간이 3년이라 일단 타 업체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눈치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관련 법이 도입될 경우 장외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데만 장당 수천만 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떠도는 등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두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화평법·화관법에 큰 부담을 갖고 있으며, 특히 업체당 부담 비용은 평균 2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1일 61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화평법·화관법 이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법 시행 시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학물질 관리등록과 화학물질 배치·설치 기준에서 각각 55.3%과 52.6%의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소기업들은 화평법 시행으로 인해 평균 1억 3540만원의 화학물질 등록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고, 화관법 시행에 따른 신규 설비 투자 비용도 평균 1억 800만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화학물질을 제조·유통하는 기업을 두 법률 모두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약 2억 4000여만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들은 이 필수비용 외에도 컨설팅 등에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은 ‘유해성·위해성 자료 작성 전문성 부족’, ‘자사 대응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컨설팅 업체에 관련 업무를 위탁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비용도 평균 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화평법·화관법이 시행된 지 6개
[진영태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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