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당뇨병 위험도 높아진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고혈압이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고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당뇨병 발생률이 왜 증가하는지 밝혀진 바가 없었다. 최근 고혈압이 당뇨병의 직접적 위험 인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즉 혈압이 상승하면 향후 당뇨병 발생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팀과 아주대병원 예방의학과 조남한 교수팀은 경기 안산과 안성 지역을 기반으로 당뇨병이 없는 8359명(평균 49.2세)을 2001~2010년 10년간 추적·관찰을 진행한 결과, 혈압이 높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밝혀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정상 혈압을 보인 사람(<120/80 mmHg)에 비해 고혈압 전단계인 경우(120~139/80~89 mmHg)는 당뇨병 발생 위험이 23% 높았고, 고혈압 1단계(140~159/90~99 mmHg)에서는 26%, 고혈압 2단계(≥160/100 mmHg)에서는 그 위험도가 60%나 높았다.
임수 교수는 “고혈압 자체가 대사 질환 핵심이 되는 인슐린 저항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즉, 혈압이 상승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췌장이 손상을 받아 인슐린 분비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당뇨병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혈압 상승과 관련이 있는 레닌-안지오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안지오텐신-2라는 물질이 우리 몸에서 올라가게 되고, 이로 인해 당뇨병 발생이 증가한다”며 “마지막으로 혈압이 상승하면 활성산소가 증가하고 이 활성산소가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게 되고, 이로 인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심근경색, 협심증, 중풍 등의 대표적 위험인자인 고혈압이 당뇨병 발생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혈압 자체를 강하시키면 당뇨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임 교수는“고혈압-당뇨병 발생의 나쁜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혈압이 높아지는 초기부터라도 적극 치료해야 한다”며 “따라서 운동·식이·환경 등 생활요법을 통해 지표를 개선하고, 혈압 상승의 초기부터 적절한 항고혈압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임상당뇨병지(Diabetes Care)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