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신격호·신동빈 총수 일가에 이어 한국과 일본의 계열사 사장들까지 잇따라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세무조사를 받고 제품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정부와 시민단체의 압박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는 롯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자칫 반기업 정서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이번 사태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우선 경영권 분쟁이 형제간 폭로전으로 치닫으면서 이사회를 무시한 ‘황제 경영’ 행태가 도마위에 올랐다. 경영권에만 집착하는 총수 한 마디에 그룹 경영진의 진퇴가 결정되는 상식밖의 처사에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그룹 총수일가가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공개되고, 얽히고 설킨 400여 개 순환출자의 정점이 일본 광윤사로 밝혀짐에 따라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되면서 예상치 못한 역풍까지 맞고 있다.
이 같은 롯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시민단체들은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롯데카드와 롯데백화점 등 롯데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경제개혁연대 등도 논평을 내 공정거래위원회와 기관투자자(국민연금) 등을 대상으로 롯데그룹과 총수일가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비상장 회사에게 지분구조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정부와 주주가 국내 상장사에게 압박을 가해 정보공개와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적극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6일 오전 당정회의를 열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롯데 사태에 대한 관련한 보고를 받고 일부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할 방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정은 또 롯데를 비롯한 대기업 유통 계열사들의 문제로 지목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에 대한 제도적 규제 방향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미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롯데 계열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통보받아 관련 사안을 수사 중이며 필요하다면 그룹 전체로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들도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전방위 압력으로 롯데그룹은 경영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IPO)는 이미 물건너간 상태이고 올 연말 서울 시내 면세점 재입찰과 복합 카지노 리조트 사업권 획득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시가총액도 지난달 16일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출된 이후 20여일 만에 1조5000억원이 증발해 주주피해도 현실화됐다.
롯데그룹은 반 롯데 여론을 달래는 것과 동시에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3일 일본에서 입국한 신동빈 회장이 곧바로 제2롯데월드, 면세점, 지방 등을 돌며 ‘현장 경영’에 나선 것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롯데의 근간이 소비자 중심 기업인 만큼 황제 경영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하고 있다. 제식구 챙기기보단 주주, 더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우선 회복해야 한다는 충고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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