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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고 멀리 나가기 싫어서 편의점으로 들어왔어요. 도시락 사다가 2층에서 어묵 국물과 함께 먹으니 따뜻하고 좋아요.(이자애·33)”
“걸스데이 혜리 팬이어서 직접 찾아왔어요. 혜리랑 찍은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전송할 수 있어서 SNS에 올리려고요(최동현·16)”
23일 서울 명동에서 문을 연 세븐일레븐 도시락카페. 낮 시간이 되자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세븐일레븐 도시락카페 중국대사관점은 세븐일레븐이 SK텔레콤과 함께 ICT(정보통신기술)솔루션을 구축, 미래형 스마트 편의점을 처음으로 구현한 공간이다.
편의점 진열대 위엔 ‘2+1 행사’를 알리는 종이 스티커 대신 디지털 포스터와 디지털 가격표가 붙었다. 디지털 선반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면 쿠폰을 자동으로 내려받을 수 있고 관련 프로모션이나 광고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별 선호 제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이용익 SK텔레콤 기업솔루션부문 팀장은 “그동안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일부 대형마트 점포를 중심으로 들어간 디지털 선반이 편의점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이라며 “본사와 점포가 실시간으로 연동돼 본사가 지역별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점포별로 재고를 파악해 긴급 할인을 할 수 있는 등 활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1층 편의점에서 구매한 식음료를 2층 편의점 카페에 가서 즐길 수도 있다. 132㎡ 규모의 카페엔 총 6대의 ‘스마트 테이블’이 설치돼 있다. 음식을 먹으면서 테이블 화면으로 인터넷 검색은 물론 유튜브 동영상 감상, 경품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근접무선통신(NFC) 기능을 활용해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이나 사진도 테이블 화면에 연결할 수 있다.
카페 오른쪽엔 증강현실 공간이 꾸며졌다. 스마트테이블 중 하나가 TV와 연결돼 있어 대형화면을 통해 세븐일레븐 도시락 모델인 걸스데이 혜리와 사진을 찍거나 함께 춤을 춘 뒤 해당 사진과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할 수 있다.
벽면 전체엔 풀HD스크린 10대가 연결돼 맑은 해변, 비 오는 시골, 눈 내리는 마을, 도시 야경 등 가상 영상을 미디어 윈도우로 자유롭게 설정한다. 사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인식해 메뉴가 활성화되고 날씨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날 밖엔 비가 내렸지만 미디어 윈도우에는 맑은 해변이 설정돼 이용객을 맞았다.
2층 카페에서 친구와 편의점 커피를 마시던 진초혜(24)씨는 “점심식사 후에 커피를 사러 들어왔다가 올라와 봤다”며 “편의점은 자투리 시간에 들린다고만 생각했는데 여긴 좀 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식처 느낌”이라고 말했다.
구인회 세븐일레븐 마케팅팀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편의점과 ICT가 접목된 미래형 점포인 만큼 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대구, 부산, 전주 등 주요 도시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라며 “앞으로 롯데백화점 의류를 스마트테이블을 이용해 입어보고 주문, 결제, 배송까지 할 수 있도록 편의점을 옴니채널의 거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 대표 어묵기업 중 하나로 서울 진출을 추진 중인 고래사 어묵도 이곳에 ‘숍인숍’ 형태로 자리했다. 고래사는 지난 1963년 개업해 부산시 1호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업소로 지정, 한국산업규격(KS) 인증을 받은 업체다. 어묵면, 어묵구이 등의 특허를 갖고 있다.
이영웅 고래사 전략기획실장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세븐일레븐과 함께 서울 중심부로 본격 진출하게 됐다”면서 “프리미엄 어묵 베이커리 공간으로 서울 시민의 입맛은 물론 일본인과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페 공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제공된다. 현재 주류는 먹을 수 없도록 돼 있지만 고객들의 요구도 많아 주류 반입이 가능한 일반 음식점 등록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세븐일레븐 도시락카페 중국대사관점은 오전동안만 평소보다 약 20%의 이용객이 더 몰렸다. 하루 평균 30개의 도시락이 팔리지만 오전에만 초기 물량 70여개가 거의 다 소진돼 평균 대비 매출을 2배 이상의 올렸다. 고래사 역시 오전에만 어묵 100만원어치를 팔았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는 “이 편의점은 스마트 편의점이자 지역중소기업과 함께하는 창조경제형 편의점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협력 모델을 시도해 편의점의 새로운 진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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