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작업복 등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경주에 있습니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은 아직 없는데요.
40여 년 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를 찾기 위한 연구를 해온 스위스를 박호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산 중턱에서 터널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연구소가 나옵니다.
스위스 수도 베른 남동쪽 구타넨 지역 아레산맥에 있는 그림젤 연구소입니다.
실제 핵폐기물을 묻을 곳과 비슷한 환경에서 실험하려고, 산 안쪽으로 1,000m를 뚫고 들어가 화강암 속에 연구소를 만든 겁니다.
사용후핵연료봉을 강철 용기에 담아 흡수력이 좋은 점토광물로 감싼 뒤 지하에 저장하는 방안을 연구해왔습니다.
처분 위치는 지상에서 600m 아래이고, 암반 두께가 100m 이상 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결론도 얻었습니다.
스위스는 1969년 첫 원전 가동 후 불과 3년 뒤부터 핵폐기물 처분장을 찾는 지질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선으로 표시된 부분은 단층촬영을 한 곳이고 점은 직접 땅을 파서 지질을 확인한 곳인데, 지난 40여 년간 거의 전 국토를 조사한 겁니다.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2011년 처분장 후보지 6곳을 선정했고, 올해 초 두 곳으로 압축했습니다.
▶ 인터뷰 : 잉고 플레쉬미트 / 그림젤 연구소장
-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 선정 작업은 스위스 전역에 걸쳐 적합한 지질을 찾기 위해 30년 이상 진행한 연구와 축적된 자료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겨우 2년 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졌고, 2020년까지 지하연구소 부지 선정 등을 담은 최종 권고안을 지난달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스위스가 수십 년 동안 찾아온 처분장 부지를 우리나라가 5년 안에 해낼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스위스 구타넨에서 MBN뉴스 박호근입니다.
영상취재 : 이권열
영상편집 : 이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