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불황의 지속적인 여파로 인해 한국도자기가 1일 창립 72년 만에 처음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전날 직원들과 함께 공장 불을 끄고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청계천사옥으로 출근한 김영신 한국도자기 대표(53)는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회사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도자기 창업주인 고 김종호 씨의 손자이자, 김동수 회장의 장남인 3세 경영인으로, 1990년 입사해 2004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착찹한 표정을 지으며 “매년 8월 1일부터 9일 간 전직원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장을 돌리지 않았는데, 기왕이면 휴업을 그것과 연계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아 7월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만 공장가동을 멈추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름 휴가가 끝나는 8월10일부터는 전직원이 다시 출근해 공장을 재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도자기는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휴업하는 7월 한달 간 직원 500여명의 임금 50%의 절반 가량을 지원받는다.
세계 도자기 업계의 역사에 비춰볼 때 한국도자기도 이번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계기로 인력 구조조정의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시각에 대해 그는 “제가 대표로 있는 한, 절대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때를 비롯해 수차례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도 단 한번도 그런 일을 하지 않은 것이 선대로부터 내려온 한국도자기만의 전통”이라며 “직원을 짜르면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그들이 나가서 무엇을 하며 먹고 살겠느냐,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의 전통을 고수할 것”이라고 힘주어 달았다.
이미 2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명품 도자기 업체들도 대부분 공장 문을 닫고 동남아시아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브랜드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도자기는 어떻게 버텨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우리가 더 노력해서 매출을 조금씩 더 늘려가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면서 “내수 불황에 굴하지 않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지금보다 수출(매출 대비 25%)을 더욱 확대하고,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과 협업하는 제품을 만드는 특판시장(B2B)을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지 못했는데, 그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이달 말께 상하이 백화점에 처음 중국 매장을 개점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건비 등 생산성을 고려하면 청주공장을 해외로 옮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으로 떠나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는 점을 잘 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한국도자기는 국내 생산을 통해 고품질을 끝까지 지켜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민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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