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물에 기계장치를 부착해 스파이나 구조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인간의 실험은 1960년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1960년대 미 중앙정보국(CIA)은 고양이를 활용한 도청방법을 연구했다. 도청 장치를 단 고양이를 표적 근처에 풀어놓고 대화를 엿듣겠다는 의도였다. 어슬렁거리는 도둑 고양이를 누구 의심하겠는가. ‘어쿠스틱 키티’란 근사한 작전명이 이 극비 계획에 붙었다. CIA는 수술을 통해 고양이 귀에 도청기, 두개골에 작은 라디오 송신기, 털에 가는 금속 와이어로 만든 안테나를 부착한 뒤 길거리에 풀어놨다.
결과는? 고양이가 표적 근처로 다가가지 않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CIA 계획이 폐기된 후 2006년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고양이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계획을 세웠다. DARPA는 벌레를 활용한 ‘사이보그 곤충’ 개발 연구에 착수했다. 동물 움직임을 조종할 수 없었던 어쿠스틱 키티 단점을 보완하는 게 이 연구의 포인트였다.
사이보그 곤충 개발은 미군 요구로 시작됐다. 미군은 정찰 임무에 활용할 초소형 무인기(드론) 개발에 매진했다. 그러나 기계장치를 초소형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주목하게 된 게 곤충이다. 곤충은 공기역학적으로 진화해 비행에 알맞다. 좀처럼 들어가기 어려운 비좁은 장소도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다. 특히 로봇과 달리 눈에 띄어도 의심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DARPA는 ‘목표물 반경 5m 이내 접근, 마이크로폰·카메라·가스센서 등 감시장비 부착 가능’ 등 조건을 걸고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사이보그 곤충 공모전을 열었다. 미국 UC버클리대 전자공학과 마이클 마하라비즈 교수는 딱정벌레를 제시했다. 딱정벌레는 단단한 외피로 싸여있어 튼튼했고 어느 정도 몸집이 있어 도청기, 카메라, 각종 센서 등을 붙일 수 있었다.
마하라비즈 교수 연구팀은 딱정벌레 뇌에서 안구운동, 동공 조절 등을 담당한 신경중추인 시엽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벌레를 조종했다. 실험자가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면 마치 사람이 등에 지는 ‘배낭’과 같은 장치가 수신해 뇌로 연결된 전극으로 전류를 흘려보낸다. 배낭은 간단한 전기회로와 무선신호 송수신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배낭에서 이어진 전극은 곤충 뇌와 연결돼 있다. 전기신호가 뇌를 자극하면 딱정벌레가 날거나 멈춘다. 연구팀은 딱정벌레 날개 밑으로도 전극을 심어 전기신호를 흘렸다. 이를 통해 방향전환도 가능하게 했다.
최근 사이보그 곤충 연구는 동물로 확대되고 있다. 뉴욕주립대(SUNY) 신경과학과 존 채핀 교수 연구팀은 쥐의 뇌에 전기신호를 가해 쥐를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성공했다. 사이보그 곤충처럼 쥐의 뇌에 전극을 심은 뒤 이를 배낭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쥐의 움직임을 통제하기 위해 체감각 피질을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체감각 피질은 뇌에서 감각을 담당한다. 가령 피질 한 부분을 자극하면 얼굴 왼쪽에 ‘가짜’ 촉감을 느끼고 다른 부분을 자극하면 오른쪽에 가짜 촉감을 느끼는 식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쥐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종했다. 쥐를 왼쪽으로 돌게 만들고 싶다면 얼굴 오른쪽에 촉감을 느끼게 만들면 된다. 쥐는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다고 느껴 이를 피해 왼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의도한 대로 잘 움직여주면 연구팀은 전기신호를 통해 쥐 내측전뇌다발(MFB)을 자극했다. MFB는 뇌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부분. 말하자면 ‘가짜 즐거움’을 보상으로 준 것이다. 연구팀은 MFB 자극을 통해 쥐가 사다리를 오르고 좁은 통로를 기어가며 가파른 경사로를 뛰어내려가는 등 고난도 행동들을 적극적으로 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좀비 곤충이나 동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냐” “너무 잔인하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크다. ‘프랑켄슈타인 고양이’의 저자 에밀리 앤디스는 “미래 세대는 어릴 때부터 생명 자체를 고치고 놀면서 자라게 될 것”이라며 “취미로 유전자, 뇌, 신체 실험을 하는 바이오해커 집단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보그 딱정벌레를 만들어낸 마하라비즈 교수는 “재난 현장에 열감지기를 설치한 벌레를 내보낸다면 생존자 발견과 구조에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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