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1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5회 호암상 시상식장을 찾았다.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의 이 부회장은 시상식 직전 로비가 아닌 별도 통로를 통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행사장 로비를 통해 들어올 경우 정작 행사의 주인공인 수상자들에게 쏟아질 관심이 분산되고 행사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이 부회장은 무대 정면 첫 번째 열 가운데 자리에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과 나란히 앉아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봤다. 시상이 진행될 때는 누구보다도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재단에서 시상식을 주최한 만큼 별도 인사말이나 수상자에 대한 격려사 등은 내놓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 산하 2개 공익재단의 이사장 자리에 오른 이후 참석한 첫 공식행사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이사장 취임 이후 지난달 21일 어머니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잠실야구장을 찾은 모습이 포착됐으나 공식석상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호암상 시상식은 그동안 이건희 회장이 직접 챙겨온 행사다. 이 회장 대신 이 부회장이 시상식장을 직접 찾았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에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2013년까지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와병 중이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
지난해 시상식에는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오너 일가는 물론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도 참석하지 않았다.
공익재단 이사장 자리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이 회장이 ‘할아버지의 뜻을 기려 아버지가 제정한’ 호암상 시상식을 찾았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알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참석으로 지난해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던 시상식도 활기를 찾았다.
최지성 부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 그룹과 계열사 수뇌부는 물론 임직원 수십여명이 행사장을 메워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참석 소식이 미리 알려지면서 이날 시상식장에는 방송 카메
호암아트홀 입구부터 수십 미터 길이로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행사 참석자들이 들어올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행사장 내에서도 이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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