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곳, 중소·중견기업 1곳을 더해 총 3곳이 허용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에 18곳에 달하는 업체들이 뛰어든 것은 그야말로 이 사업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꼽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면세점 총 매출액은 약 8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1.6%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시내면세점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성장세가 주춤하고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이익을 내기도 쉽지 않은 공항면세점과 달리 시내면세점은 지난해에만 총 매출이 32.2%가 늘었다. 한 자리대 신장률로 간신히 제자리 걸음 중인 유통대기업들이 일제히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시내면세점이 유통 대기업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커졌다는 말도 나온다.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그룹과 이부진 사장의 호텔신라를 비롯해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산업개발 등 2세 경영인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유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번 면세점 유치전에 월급쟁이 중역들 여러명 목이 걸렸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떨어진 기업들에는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 입지 외에는 차별화할 만한 요소가 크지 않아 업체들의 고민이 깊다. 마지막까지 경쟁업체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들키지 않기 위한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신세계는 국내 1호 백화점인 회현동 본관건물 전체를 면세점 후보지로 내놓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인근 남대문 시장과 연계해 ‘면세점-남대문시장-남산’을 잇는 관광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인근 소공동에 이미 롯데면세점 본점이 있는데다 단체관광객들이 타고 올 버스 등으로 인한 교통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강남 현대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정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유치전에 참여한 대기업중 유일하게 강남을 후보지로 정했지만 기존에 인근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있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일찌감치 용산 아이파크몰을 입지로 정한 HDC신라는 경영능력이 입증된 호텔신라와 유리한 입지, 복합개발능력을 갖춘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을 표방한 것 역시 돋보이지만, 대기업 두곳만 주주로 참여해 ‘상생’ 측면에서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정하고 63빌딩 내의 쇼핑,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주변의 한강 자원을 활용해 면세점 일대를 복합관광명소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직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지 많은 여의도를 선택한 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선택한 SK네트웍스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인근 시설이나 관광객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들까지 동대문을 대거 후보지로 신청했다는 게 부담이다. 롯데는 이미 서울 시내에 3곳의 면세점을 운영중인 만큼 경영능력에선 독보적이나 ‘독과점 논란’이 가장 큰 약점이다.
가장 늦게 경쟁에 뛰어든 이랜드그룹은 홍대인근인 서교동 자이갤러리 부지를 후보지로 낙점했다. 중국인 자유여행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지만, 사업권을 따낼 경우 6개월 내에 현재 비어있는 후보지에 면세점 건물을 올려야 하는게 부담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별 장·단점은 어느정도 윤곽이 나와있는 상황”이라며 “사업계획서에 단점을 극복할 대안을 얼마나 훌륭하게 담느냐가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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