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스 바이러스 |
크기 10~10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혼자서는 살 수 없어 사람과 같은 또 다른 생명체에 기생한 채로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하등 생물. 생물의 진화과정에서 가장 하위 단계에 속하는 바이러스가 최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2003년 8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지난해 서남 아프리카는 물론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현재 한국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까지, 미물에 불과한 작은 생명체, 바이러스가 잊을만 하면 나타나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바이러스란 작은 전염성 병원체로 유전물질인 RNA나 DNA, 이를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로 구성됐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숙주인 또 다른 생명체에 붙어야만 유전물질을 복제해 많은 수의 똑같은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다. ‘독(毒)’을 의미하는 라틴어 ‘비루스(Virus)’에서 유래했듯이 사람이나 돼지 등의 세포에 침투한 뒤 이를 파괴한다.
바이러스는 사실 진작부터 인류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최악은 천연두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에만 천연두로 인한 사망자수는 전세계적으로 최소 3억명 이상에 달했다. 천연두는 일단 걸리면 대부분 사망했고, 운이 좋아 살아 남아도 얼굴에 심한 흉터를 남겨 평생을 고통스럽게 했다. 이 끔찍한 질병의 원인이 바로 천연두 바이러스였다. 1918년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도 대표적이다. 제1차 세계 대전의 사망자 수(900만명)보다 많은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매일신보는 1919년 1월, 조선인 독감 사망자수가 14만명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과학과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삶의 질이 나아지면서 바이러스로 인한 인명 피해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점점 더 사악하게 변해갔다.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지구에서 가장 치명적 바이러스인 ‘에볼라’가 출현했다. 1980년대에는 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나타났다. 1994년 헨드라 뇌염, 1995년 매냉글 바이러스, 1999년 니파뇌염과 웨스트나일 뇌염,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등 바이러스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인간 세상으로 흘러나왔다.
바이러스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스페인 독감도 처음 발견됐을 때 치사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후 전염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치사율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 목숨을 앗아갔다. 반대로 에볼라는 치사율은 줄이면서 전염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치사율이 높으면 숙주가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멀리 퍼뜨릴 수 없다”며 “서남아프리카에서 유행한 에볼라는 변종이 발생하면서 전염력은 높이고 치사율이 낮아져 많은 이들이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을 위협한 바이러스의 공통점은 모두 동물 몸 속에 적응해 살던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인간에게 전이됐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려면 표면에 있는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 수용체와 결합해야 한다. 동물이 갖고 있던 많은 바이러스는 인간 수용체와 모양이 달랐다. 하지만 접촉이 많아지면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 중 일부가 인간 수용체와 결합하기 시작했고 이후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신종 바이러스 출현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동물 서식지가 파괴되고 박쥐와 모기 등 바이러스를 보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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