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스파이더맨” KAIST 인공 거미줄 섬유 개발

국내 연구진이 거미줄을 모방한 인공 생체 섬유를 개발했다. KAIST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플로리다주립대 공동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실제 거미줄에 버금가는 인공 생체섬유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거미줄은 강도가 강철에 버금가고 ‘인성(끊어질 때까지 흡수하는 에너지 양)’이 케블라 섬유에 버금갈 정도로 단단하다. 하지만 거미는 누에처럼 고치를 만들지도 않고, 두마리 이상을 함께 기르면 서로 영역을 침범하며 싸우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 용액을 조사한 뒤 거미줄 성능과 비슷한 조합을 찾아냈다. 거미줄은 친수성(물에서 안정성을 갖는 성질)과 소수성(물과 쉽게 결합되지 않는 성질)을 가진 영역이 교차로 존재하는 단백질(펩타이드)이 서로 붙어 만들어진 구조다. 유 교수는 “단백질 아미노산 체인이 충분히 길고 적절한 비율의 소수성과 친수성 영역을 가질 때만 단백질 간 연결도가 급격히 증가해 거미줄과 비슷한 생체섬유를 합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로 만든 인공 거미줄의 탄성과 강도는 자연에 존재하는 거미줄과 비교하면 아직 미흡하다. 하지만 연구진은 거미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모방해 인공적으로 거미줄을 만든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추후 강도, 인성, 탄성을 조절할 수 있는 인공 거미줄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며 “생체 친화적인 만큼 바이오 의료기기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