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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동 바레인에서 보름간 머물렀던 68세 남성 A씨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지난 20일 최종 확인됐다. A씨를 간호했던 부인(63)도 감염됐다. 또 A씨와 함께 2인실 병실을 함께 쓴 고령 환자(76·남)도 감염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전염성은 낮은 편이지만 치사율이 40%나 되는 신종 바이러스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스는 공기 전파로 사람간 전염이 빠르게 일어났지만, 메르스는 근접한 사람간 악수 등 신체 접촉에 의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인디애나주에서는 감염 환자와 약 40분간 만나 악수를 나눈 게 전부였던 한 남성이 메르스에 감염된 적이 있었다.
최준용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중동 국가를 여행하고 귀국한 뒤 14일 이내에 고열을 동반한 기침, 재채기,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여행한 장소, 접촉한 사람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중동국가를 여행중이거나 여행을 한 후 10일이내에 38℃이상 고열과 기침을 동반한 급성 호흡기 증상이 발생한 경우 현지와 공항검역소(입국당시), 국내 의료기관, 보건소를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또 중동 국가를 방문할 경우 사람이 밀집된 장소를 가급적 피하고 외출 후 손씻기, 양치질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여행이 잦은 5~6월에 이어 7~8월 여름휴가까지 맞물린 시기에 국내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해 해외 현지와 비행기 안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 여행객이 2010년 1248만명에서 지난해 1607만명으로 급증하면서 해외에서 바이러스 감염 환자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홍역 감염자 470명, 뎅기열 감염자 164명, 말라리아 감염자 642명이 발생했다. 홍역 환자의 경우 407명은 해외에서 감염된 환자가 국내로 들어와 2차 감염에 의해 전파됐다. 해외에서 감염병을 얻게 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마저 위협할 수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 여행 건강관리는 출발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주일 이상 위생상태가 나쁜 곳에서 체류하거나 배낭여행 또는 도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최소 출국 한달 전에는 의사를 방문해 건강 관련 상담을 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홍역이나 뎅기열은 메르스만큼 치명적이지 않지만 주의해야 한다.
홍역은 백신개발 이후 발생이 현저히 줄었지만 감염되면 전염성이 강하다. 홍역에 걸리면 발열, 발진, 기침, 콧물, 결막염 및 질병 특유의 점막발진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설사, 중이염, 폐렴, 급성뇌염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고 사망하기도 한다.
장시간 비행기를 탔을 때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존 옥스퍼드 런던 퀸 메리대 교수(바이러스 전공)는 “기내 환풍기는 바닥에서 천정으로 공기를 빨아올리고 순환되기 전에 박테리아(세균)와 바이러스를 정화한다”며 “비행기 안은 쇼핑몰 음식점과 같은 많은 인파가 몰리는 장소보다 덜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내 감염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습도가 높으면 기체에 손상을 가져올 수있어 일부러 기체내 수분을 제거하기 때문에 실내가 매우 건조한 편이다. 건조하면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쉽다. 무엇보다 기내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이어서 각종 오염물질들이 호흡기나 피부에 달라붙을 수 있어 각종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비행기는 좁은 공간에 200~300명이 길게는 10시간 이상 머물며 재치기나 기침을 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과 접촉을 하기도 한다. 또 기내 5~6곳밖에 없는 좁은 화장실을 수백명이 함께 사용하면서 배설물이 묻은 물건을 만질 수도 있다. 만약 의심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게 되면 분무기를 뿌리는 것처럼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될 수있다.
실제로 비행기는 글로벌 시대에 각종 바이러스질환을 옮기는 매개체였고 수년동안 조류독감, 사스, 결핵을 옮기는 통로가 되어왔다. 존 에드먼즈 런던대 위생과 열대의학과 교수는“감염병 확산 역사는 분명히 여행객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다”며 “증상이 완전히 나타나지 않았던 감염자가 여행을 하면서 감염병을 확산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돼지독감과 사스”라고 지적했다. 미국 환경건강저널도 “감기의 경우 기내에서 전염될 가능성이 지상보다 100배이상 높다”며“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노약자는 기내에서 화장실을 사용할 때 손으로 문을 여닫지 말고 종이타월을 이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여행의학 전문의인 클리브랜드 클리닉 브렌다 포웰 박사는 “기내공기는 매우 건조해 코점막의 수분을 없애 감염의 저항력을 떨어뜨린다”며 “소금이 함유된 식염수 스프레이를 활용해 코점막을 촉촉하게 유지시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내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손을 깨끗히 씻고 사람들과 신체 접촉을 하지 말아야 한다. 기내에서 이동할 때도 승객들 좌석 손받침대를 만지지 말아야 한다. 공용시설을 사용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화장실 수도꼭지에 묻어있는 바이러스를 손으로 만지고 입이나 눈을 만졌을 경우 곧바로 감염될 수있다. 감기환자가 앞뒤 좌우 어떤 방향이든 세번째 좌석 거리에 앉아서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한다면 감기에 옮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항공사가 승객들을 대상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반드시 티슈로 가리고 하고 티슈는 반드시 휴지통에 버리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승무원들도 기내 화장실과 세면대 위생상태를 자주 점검해 감염환자 타액이나 분비물이 남아있지 않도록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도로 비행하는 항공기 실내는 정상 습도의 20%도 안되는 매우 건조한 상태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접촉하면 쉽게 감염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손을 깨끗히 씻고 만성질환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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