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요금제가 데이터 사용량 중심으로 재편된다.
KT는 이동통신업계 최초로 음성 통화와 문자는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8일부터 출시한다.
2만원대의 낮은 요금에도 음성·문자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기존 6만원 이상 요금제에서 가능했던 데이터 무제한 혜택이 4만원대 요금제 사용자에게까지 확대됐다는게 골자다. 이번달에 데이터가 부족하면 다음달 데이터를 끌어다 쓸 수 있고, 데이터가 남으면 이월할 수도 있다.
이날 KT를 신호탄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조만간 데이터 사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을 것을 시사했다. LG유플러스는 비디오 콘텐츠 소비에 따른 미래형 데이터 요금제를 다음 주 선보인다. SK텔레콤도 정부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의 인가 협의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를 공개할 방침이다.
이통사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개편에 나서는 것은 음성통화 중심의 요금체계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 패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라 소비자들의 통신 서비스 사용 패턴은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간단한 구조의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새 요금제 출시 배경을 전했다.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량을 분리하지 않은 현행 요금 체계하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필요 이상의 음성 통화가 주어지는 고액 요금을 지불해왔다. 통화량이 많은 소비자들 역시 주어지는 데이터를 소진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으로 생기는 트래픽 비중은 1(음성)대 99(데이터)다. LTE가 도입된 2012년부터 매년 데이터 트래픽이 1.5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전화대신 영화나 드라마,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대부분이란 증거다.
KT에 따르면 자사 무선통신 가입자(1700만명) 가운데 LTE 가입자는 65% 이상인 1143만명에 달한다. KT는 이 비중이 연말까지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소비자 혜택을 우선으로 고려한 것이지만 기형적인 이동통신사 사업구조를 뜯어고칠 기회이기도 하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이동통신사는 그간 폭증하는 데이터 트래픽 관리에 수조원의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수익은 음성통화에서 거둬들이는 사업 모델을 고수해왔다.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개편하면 해당 서비스 제공에 투입되는 비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거란 게 이통사의 판단이다. 비용과 수익의 균형을 데이터에 맞추겠단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앞당겼다는 게 미래부 자체 평가다. 단통법에 따라 불법 보조금 경쟁을 근절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감소한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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