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바람이 살랑거리는 봄철이 오면 악화되는 질환중 하나가 ‘코골이’이다. 코골이는 잠자는 동안 정상적인 코 호흡이 되지 않아 입으로 숨을 쉬게 되면서 입천장 근육이나 혀, 목젖 등의 조직이 떨려 일어나는 호흡잡음을 말한다. 공기가 좁아진 기도(氣道·숨쉬는 길)를 지나면서 소리가 얼굴 안쪽의 동굴같이 빈공간(부비강·副鼻腔)을 통해 울려퍼지는 것이다.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봄철은 바람결에 날리는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이나 황사 및 미세먼지로 코가 막히거나 코를 자극하면 호흡기가 부어 코골이 증상이 심해진다”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코골이를 방치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행해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질환이나 당뇨,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있다”고 경고한다.
코골이는 30~35세에서 남성 20%, 여성 5%에서 관찰되며 60세이상 노년층은 남성 60%, 여성 40%에서 나타난다. 또한 심한 코골이환자의 35%는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난다. 현재 수면 무호흡증 환자는 10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코를 골다가 10초이상 숨을 쉬지 않아 호흡이 완전히 멈추는 증세가 시간당 5회이상 혹은 7시간 수면동안 30회이상 나타날때 진단한다.
코골이는 코 고는 소리가 심할 때 소음이 80데시벨(dB)에 달한다. 이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 가까이 접근했을 때 느끼는 디젤 엔진 소리와 맞먹을 정도다.
코를 고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자리에 눕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코를 골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코를 고는 사람들은 잠결에 자신의 코고는 소리를 들을 만큼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며 중간 중간 숨을 쉬려고 자꾸 깨게 된다. 7~8시간 이상 잠을 잔다고 해도 그중 숙면에 도달한 시간은 극히 짧기 때문에 항상 잠이 부족하게 된다.
장동식 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골이 환자는 낮에도 항상 졸리고 머리가 개운치 않으며, 심한 경우 자리에 앉기만 해도 졸게 된다”며 “당연히 일의 집중력과 성취도가 떨어지고 졸음운전으로 자동차 사고의 위험도 높다”고 지적한다.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은 나이가 많을수록, 체중이 증가할수록, 흡연과 음주를 즐기는 사람, 남성에게서 증가한다.
코골이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입천장 및 목젖, 인두 주위 근육들의 긴장이 이완되어 호흡시 이들 구조물들이 기도를 부분적으로 막아 진동하여 생기는 경우다. 이는 어른이 되어 생기는 코골이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음주 혹은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물 복용이 이러한 근육들의 긴장도를 더욱 떨어뜨려 코를 안 골던 사람도 술을 마신 후에는 코를 골게 된다.
두번째는 목안에 호흡 통로를 막는 종물이 생긴 경우다. 이는 어린이의 코골이 주요 원인으로 목젖 양쪽에 있는 구개편도나 뒷쪽에 있는 인두편도(아데노이드)가 비대하여 이들이 호흡을 방해하고 코골이를 발생시킨다. 세째는 코감기, 비염, 축농증(부비동염) 등으로 코가 막힌 경우다. 마지막으로 연구개(입천장) 및 구개수(목젖)가 지나치게 길어서 수면중 호흡때 진동음을 일으킬 수 있다.
3~4월은 몸이 계절변화에 적응해가면서 춘곤증이 발생해 몸이 나른하고 처져 졸음이 쏟아진다. 하지만 아침에 깨어났을 때 몸이 상쾌하지 못하고 두통이 느껴진다면 단순한 춘곤증이 아니라 코골이가 주범일 수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숙면을 방해해 낮에 심한 졸음과 피로감에 시달리게 될 뿐만 아니라 몸이 만성적인 산소부족 상태에 놓여 혈압, 당뇨, 뇌졸중과 같은 질환에 노출될 수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수면 중에 원인 모르게 사망하는 돌연사에 이를 수도 있다. 박지운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는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은 당장 나타나는 증상이 없어 환자 본인이 소홀히 생각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그러나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기억력과 집중력, 분별력과 같은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지속적인 저산소 상태에 빠져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있다”고 설명한다.
코골이는 내시경검사, X레이, 수면다원검사로 코골이 원인과 정도, 코고는 부위를 확인해 수술할 것인지, 아니면 비수술이나 보존요법으로 치료할지를 결정한다. 수면다원검사는 코골이 정도와 뇌파, 안구운동, 혈압, 자는 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검사다.
치료방법은 입안에 장치(마우스피스)를 착용하는 치료,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기도에 공기를 넣는 양압치료, 수면체위교정, 목젖이나 입천장을 잘라내는 수술 등이 있다.
코골이 마우스피스는 권투선수의 마우스피스처럼 아래턱을 앞으로 당겨서 기도 공간을 넓혀주는 원리로 만들어졌다. 마우스피스는 환자의 구강에 딱 맞게 제작되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고 일주일 정도 사용하면 익숙해진다. 코골이 마우스피스 착용과 함께 체중을 줄이고 금연과 금주를 실천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살이 찔 때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목 안쪽으로도 지방층이 쌓인다. 이로 인해 구조적으로 숨길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 숨을 들이킬 때 기도가 버티는 힘을 떨어뜨려 기도가 좁아진다. 술을 마시면 기도 근육의 이완도를 떨어뜨리고 흡연 역시 코와 목 주변 근육을 건조하고 처지게 만든다. 장동식 을지대병원 교수는 “코골이가 있는 성인 10명중 8명은 비만환자일 정도로 코골이와 비만의 관련성은 크다”며“일반적으로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은 약 50% 감소한다”고 말한다.
잠을 잘때도 똑바로 누워서 자지 말고 옆으로 누워서 자면 도움이 된다. 반듯하게 누워 자면 혀나 목젖 등이 뒤로 처지면서 기도가 더 좁아진다.
이런 노력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양압호흡장치나 수술로 공기통로를 확보해줘야 한다.
코골이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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