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돈을 버는데 많은 관심을 가졌다면 앞으로는 번 돈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주세요.”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1일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삼성은 글로벌기업이자 동시에 한국기업인 만큼 이에 대한 정체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주문했다.
안 교수의 이날 강연 주제는 ‘4저 시대의 불확실성 및 글로벌 리스크’였다. 안 교수는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한국도 금리, 물가, 성장, 투자 등 4개 경제지표가 동시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4저 시대’에 대한 국내외 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추가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안 교수는 금리인하가 만병 통치약은 아니라고 말했다. 유동성 함정에 빠졌을 때는 오히려 금리인하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돈의 가치가 올라가는데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지금 돈을 쓰던지, 아니면 현금을 보유하든 지의 2가지 선택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면 소비자들이 돈을 쓰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정부가 기대한 대로 내수활성화와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물가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돈을 계속 보유하는 경향이 강하고 현금보유와 예금에 큰 차이가 없는만큼 현금보유 욕구가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금 한국과 미국의 화폐 유통속도가 크게 떨어진 것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태에서는 추가적인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기술은 매우 빠르게 진화하는데 한국의 경제체제나 경제시스템 자체가 이를 따라잡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도 소개했다. 빠른 기술발전으로 미숙련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며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하이패스를 쓰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이는 그곳에서 일해온
안 교수는 “기술진보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재교육시켜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노동력의 재배치가 잘 이뤄지지 못하고 시간 격차로 인해 근로자간 양극화 현상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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