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원자로에 관한 한 한국은 시장 선도자(First Mover)입니다.”
지난 10일 만난 김긍구 한국원자력연구원 스마트개발부장(56)은 “소형 원자로라는 개념이 이미 있었지만, 이를 현실화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장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중 들려온 ‘사우디에 2조원대 스마트원자로 수출’ 이라는 희소식을 만든 주인공이다.
스마트원자로는 기존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증기발생기, 원자로 등이 압력용기 하나에 담겨있는 중소형 원자로다. 300㎿급이다. 전력생산량이나 건설비 등이 기존 원전의 30~40%에 불과하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분산돼 있어 송전망 구축에 과도한 비용이 필요한 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지난 2012년 8월 설계를 마무리했다. 안정성을 인정받은 세계 최초 국가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등이 스마트원자로 개발에 나섰지만 5~6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것이 학계 판단이다.
그런데 사우디에 수출하는 스마트원자로 계약이 양해각서(MOU)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 정부에서 MOU는 구속력 없는 문서에 불과하다는 것을 많은 비용을 내고 배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기존 MOU와는 다르다”며 “이미 사우디와 상당한 합의는 물론 공동 연구도 진행됐다”고 단언했다. 한국과 사우디는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스마트원자로 도입에 대한 공동 조사를 마쳤다고 했다.
김 부장은 “사우디는 혼자서 원전 기술력을 발전시켜 나가거나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고 우리나라도 스마트원자로 실증 모델을 지으려면 1조원 이상 추가 연구비가 필요했다”며 “이번 MOU에 따라 함께 개발하고 설계해 나가면서 사우디의 풍부한 투자를 받을 수 있어 한국과 사우디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출 규모도 2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내륙과 해안 어디에 짓느냐에 따라 건설비는 달라지지만 언론에서 언급되는 2조원 보다는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부장은 1997년 연구원 시절부터 소형원자로 개발팀에서 일을 했다. 18년 동안 한 부서에서 일을 하면서 원자로 개발을 지휘하는 총 책임자에 올랐다. 그 과정은 지난했다.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장기간 진행되다보니 연구비가 끊기는 일도 잦았다. 2002년, 2006년, 2008년 등 총 세차례에 걸쳐 수개월간 연구비가 끊겼다. 2008년도에는 스마트원자로에 대한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8개월간 연구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김 부장은 “과거에 연구비가 끊겼을 때는 책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월급이 줄어도 그러려니 했지만 2008년 때는 나를 믿고 따라준 팀원들 월급이 줄어 괴로웠다”고 했다.
그러다 민간 기업은 물론 사우디와 같은 나라에서 소형 원자로에 관심을 보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그 역시 정부의 경제성·기
김 부장은 “사우디 수출 협약으로 우리가 기술력도 갖고 있으며, 경제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남은 것은 스마트원자로를 짓고, 전 세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다. 길이 정해진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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