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유봉근 대표가 공장에서 막 생산된 도광판과 프레임을 살펴보고 있다. |
최근 들어 도광판 두께가 중요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두께 전쟁'에 돌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두께를 슬림화하기 위해선 도광판 압축·금형 기술이 필요한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유테크(대표 유봉근)다. 이 회사가 요즘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초박형 스마트폰에 독점 공급한 도광판 두께는 0.28㎜다. 주변에서 흔히 쓰는 복사용지 두 장을 겹쳐놓은 정도의 얇기로, 현존하는 최고 기술이다. 경쟁사들의 도광판 두께는 대개 0.4㎜. 유테크는 최근 0.23㎜까지 개발을 완료해 올해 안에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경쟁업체들과 더 큰 격차를 만들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기술력에 힘입어 유테크는 2008년 2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1년 240억원, 2012년 389억원, 2013년 450억원, 2014년 510억원으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에 속한 중소기업들 가운데 창업 8년만에 500억원 고지를 넘어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600억원으로,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유봉근 대표는 "도광판 원재료인 레진을 사출성형기에 넣어 녹인 섭씨 350도 상태의 물질이 0.1㎜ 간극의 금형기로 옮겨지면 순식간에 100도 정도로 변한다”며 "이렇게 큰 온도차가 발생하므로 공정 과정에서 열을 많이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핵심기술인 고속 압축성형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료 공급부터 포장까지 전 생산 공정을 자동화한 데 힘입어 도광판 1세트(2장)를 찍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20초.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다. 제품 하자는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고도의 3D현미경으로 품질검사를 실시하는데, 0.001㎛까지 측정할 정도로 정확도가 뛰어나다.
유 대표는 "꾸준한 설비투자를 통해 현재 약 100여 대의 사출성형기와 금형 설비를 보유함으로써 월 3200만 개의 성형품과 월 35벌 이상의 금형 제작 능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디스플레이 금형 설계 10년 이상의 숙련된 인력과 광학해석, 성형해석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박사급 인력과 연구원들을 확보한 것이 도약의 원천”이라고 했다.
■ <용어 설명>
▷ 뿌리산업 : 제품 형상을 만드는 금형·주조·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 6가지 기초 공정산업을 말한다. 타산업의 제조과정에서 공정기술로 활용되는 특성 때문에 자동차·조선·IT 등 수요산업 시장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중소제조업체(약 34만1000개)의 7.3%인 2만5000여개가 뿌리기업이다.
[민석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