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윤영 씨(39)는 올해부터 매주 수요일 텃밭 작물 재배·유통업체인 '언니네텃밭'을 통해 반찬거리 꾸러미 박스를 받아보고 있다. 정기 배달 유료 회원으로 등록해 마트나 슈퍼에 들르지 않고도 한 주간 남편과 아이들에게 차려줄 반찬 재료를 장만하는 것이다. 아예 1년 스케줄로 매주마다 받아볼 농작물 목록도 정해져 있어 다양한 식단을 차리는 데도 용이하다.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과 함께 배달되는 작물은 우엉, 콩나물, 달걀에서부터 청국장, 부럼세트, 고로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달에는 곶감과 서리태, 천혜향, 한라봉 등으로 꾸린 설 선물세트까지 받아들었다.
최씨는 "텃밭에서 키운 유기농 제철음식을 매주 다양하게 받아보기 때문에 반찬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를 일이 없다”며 "무엇보다 무게가 꽤 나가는 농작물까지 간편하게 배달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업계에 배달 서비스가 늘고 있다. '구독'을 의미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가 불황 틈새를 뚫고 선전하는 것이다. 애초 이러한 정기 배달은 화장품 업계에서 전문가들이 선정한 특정 제품을 일정 주기마다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큐레이션(curation·선별 수집)' 서비스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게 요즘은 식품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일단 무게가 많이 나가는 과일 등을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청과회사 돌(dole)의 한국 지사인 돌코리아는 지난해 12월 배달을 뜻하는 '딜리버리'를 회사명에 합친 '돌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리미엄 과일 전문 배송 서비스답게 파인애플과 용과, 망고 등 각종 고품질 수입과일만 상자에 담아 소비자 집으로 전해 준다.
소비자는 인터넷으로 원하는 과일을 직접 선택한 뒤 싱글박스(1~2인용)나 더블박스(2~3인용), 패밀리박스(4인 이상) 가운데 크기를 정해 배달 받는다. 특히 과일을 제때 챙겨먹기 어려운 싱글족들이 소량의 수입과일을 정기적으로 배달 받는 빈도가 높다. 돌리버리는 돌의 여러 지사 가운데 오직 한국 돌코리아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돌코리아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 쇼핑에 유독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이 음식 정기 배달 서비스에도 높은 호응을 보이고 있어 한국 지사에서만 돌리버리 서비스를 창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산물도 주요 배달 대상이다. 제주 무릉리 지역 농부들이 직접 기른 작물을 꾸러미 형태로 보내주는 '무릉외갓집'은 매달 5~7가지 농산물로 한 박스를 구성한다. 암반수가 풍부한 토질을 바탕으로 제주만의 풍광 아래에서 재배한 신선 작물을 보내주기 때문에 소비자들 반응이 좋은 편이다.
집에서 해먹기 힘든 고급 레시피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푸드마스'는 몽골리안 비프와 러시안 스테이크 등 고급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자세한 조리법과 함께 정기 배달해 준다. 입맛이 까다로운 20~30대 전문직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가 엄선한 고급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만 전문적으로 모아 배송하는 서비스도 있다. '빈스박스'는 매월 넷째주 고급 커피 원두를 다양하게 제공하며 장기 구매 고객에게 핸드밀이나 드립세트 등 커피 관련 용품도 증정하고 있다. 수입과자 인기를 틈타 전세계 프리미엄 스낵만 골라 담은 배송 상자까지 등장했다. '푸드플랩'은 스낵과 초콜릿, 티, 커피 등 달콤한 간식거리만 모아 일반 오프라인 수입과자 매장보다 최고 3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이들 음식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각자 고유한 스토리를 담아 의미를 더한다. 언니네텃밭의 경우 여성 농민들이 생산한 작물만 배송함으로써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하고 있다. 농협이 각 지방 농민과 상생 마케팅 차원에서 실시하는 '꾸러미' 서비스 역시 농작물 정기 배달을 통해 농가 소득 향상에 일조한다. 언니네텃밭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음식을 배달 받는 것에서 그치
용어)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유료 회원으로 등록해 화장품이나 식품 등을 일정 기간마다 집에서 배달 받아보는 신개념 유통 서비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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