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가입자 유지를 위해 유무선 결합을 강화한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가 드는 초고속 인터넷을 이동통신의 미끼 상품(공짜)으로 전락시켜 결국 '제살 깎아 먹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최근 이동통신을 2~3회선 결합하면 초고속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LG유플러스가 출시한 '한방에 홈'은 가족 2명이 이동통신을 결합하고 이 중 1명이 8만원 이상 요금제를 쓰면 1만 9000원을 할인 받아 초고속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기존 결합 요금제(한방에 요)는 2명 결합시 각각 62, 80 요금제를 써야 했지만 '한방에 홈'은 1명만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면 될 정도로 인터넷 무료 장벽을 낮췄다.
SK텔레콤도 이동전화 결합 회선수에 따라 인터넷 등 유선 상품을 할인해주는'TB끼리 온가족무료'를 강화하면서 결합 조건을 완화했다. 62요금제 미만을 2회선 묶으면 초고속인터넷 요금을 월 8250원만 내면 된다. 2회선 중 1회선만 62요금제 이상이면 초고속인터넷은 무료다. 기가인터넷도 TB끼리 온가족프리 또는 무료 혜택을 볼 수 있다.
'기가 인터넷'을 출시하며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광랜 이후 8년만에 신상품을 낸 KT도 인터넷을 '무료화'하고 있다. 기가 인터넷(3년 약정 콤펙트) 요금이 월 2만5000원인데 한시적이긴 하지만 모바일 2~3회선과 결합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 통신 사업자간 경쟁이 신규 유치보다 기존 가입자 유지 및 결합상품 강화로 방향을 맞추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현재 통신 3사의 가입자 중 19.4%(LG유플러스), 30.1%(SK텔레콤), 33.7%(KT)가 결합 상품을 이용 중인데 올해는 이 같은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통신사업자들이 막대한 투자가 들고 IPTV 등을 통해 부가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을'덤'으로 인식하게끔 만든다는 점이다. 초고속 인터넷 사업이 수익을 올려야 이를 재투자하고 콘텐츠 산업에도 투자하는 등 생태계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 같은 가능성을 통신사 스스로 막는다는 지적이 많다. KT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실적발표에서 올해 유선 사업 매출을 지난해(2.6조원)보다 11~12% 감소한 2.3조원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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