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새해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70년을 화두로 꺼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2014년 12월31일)
-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선배 세대들이 그러했듯이 후손들에게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줄 역사적 책무가 우리에게 주어져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산업화 세대가 만들어온 70년 역사를 이어가자는 메시지인 듯합니다.
공교롭게도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과 맥락이 닿아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겠지만, 집권 3년을 맞는 내년 박 대통령의 각오는 남다른 듯합니다.
내년을 '개혁 골든타임'으로 규정한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뒤따를 듯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의 협조가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새누리당은 이런 박 대통령의 구상을 뒷받침하기에는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대선 승리 2주년이던 지난 19일 3선 이상 친박계 의원 7명을 불러 비공식 만찬을 했습니다.
참석자는 서청원 최고위원, 최경환 부총리, 정갑윤, 김태환, 서상기, 안홍준, 유기준 의원입니다.
당 대표인 김무성 대표는 빠졌습니다.
3시간 동안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갔고, 의원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초심을 읽지 말고 잘 뒷받침하자'는 말이 있었고, 박 대통령은 '고맙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또 '친박이 이제 좀 모여서 소속감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당직 인선이 비박계 인사들에게 편중되면서 정작 당내에 청와대와 소통할 인사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합니다.
김무성 체제에 대한 비판입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아무 말 하지는 않았지만, 몸사리는 친박계에게 이제 좀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공교롭게도 19일 만찬 이후 친박계는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박세일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문제 삼으며 김무성 대표와 갈등을 빚었고, 어제는 따로 친박계 송년 모임을 가졌습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할 말은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최고위원(30일)
- "내년엔 더 많은 당내 소통을 하고 민주적으로 당 운영을 해주기 바란다 선배로서 길을 잘못 가면 잘못 가는 길이라고 지적할 의무가 나한테 있다."
친박계가 송년 포럼을 하는 비슷한 시각 김무성 대표 역시 출입기자단과 송년 오찬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심한 듯 강한 발언도 내놨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12월30일)
-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데 무슨 사당냐. 우리 당직자 명단을 갖다 놓고 전당대회 때 누구를 지지했는지 보라. 내가 반(半) 이상 내놨다"
박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 "내가 정치 30년이다.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고, 말하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한다. 대통령께서 의원들과 대화하는 건 좋은 일이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기분은 불쾌했을 것이라는게 안팎의 시각입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친박의 반격 대 친무대의 사수', '냉전의 본격화'라고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이 전면전의 선봉에는 '신7인회'가 자리매김할 듯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한 '7인 원로그룹'을 대신해 집권 하반기는 '신7인회'가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에 맞서 '무대 지키기'에 나설 인사로는 이군현 사무총장과 나성린 정책위 수석부의장, 이진복 전략기획본부장, 박대출 대변인, 윤영석 원내대변인 등의 이름이 꼽힙니다.
서용교, 강길부·박민식·안효대 의원 등도 김 대표 계열에 포함됩니다.
집권 3년차인 내년은 양쪽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한 해입니다.
친박계로서는박 대통령의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내야 하고, 친무대계로서는 차기 대권의 기틀을 다져야 합니다.
현 권력과 차기 권력의 충돌이라 부를 만합니다.
여기에 개헌을 외치는 '구 친이계'까지 가세한다면 내년 여권의 질서는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가 될 지도 모릅니다.
이재오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국가나 권력을 사유화 하지 말고,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패거리 정치를 하지 말고 너그러운 정치를
"새해에는 청와대나 당 지도부가 다수의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깔아 뭉게는 옹졸한 짓은 안했으면 좋겠다. 당을 시종 부리듯 해서도 안된다"
박 대통령의 절박함과 친박과 친무대, 그리고 개헌을 외치는 친이계의 신경전 속에 2015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