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마시면 그 다음날 아침부터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기온이 뚝 떨어지고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쯤 송년회, 잦은 회식, 음주 등으로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는 40~50대 직장인들이 많다.
술을 마신 뒤 설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알코올 때문이다. 술에 있는 알코올이 담낭에서 분비되는 담즙을 감소시켜 음식물 장내 흡수율을 떨어뜨린다. 특히 과음을 하게 되면 알코올이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대장 점막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 때 대장의 과도한 연동 운동으로 미처 수분을 흡수하지 못한 채 몸 밖으로 배출되는 대변의 형태가 바로 설사다.
음주이후 나타난 설사와 복통은 대부분 배변 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만약 이러한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가장 흔한 소화기질환중 하나인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여성환자가 남성보다 2배이상 많다.
그 동안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최근 선천적인 장의 민감도, 세로토닌의 분비 정도, 특정한 음식물에 대한 반응 등이 주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식생활, 과음이 더해지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일주일에 3회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알코올에 의해 장이 과민해진 상태에서 계속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가벼운 설사 증상이 어쩌면 초기 알코올 의존 가능성을 알리는 내 몸의 신호일 수도 있는 셈이다.
전용준 다사랑중앙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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