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저성장·저물가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가능성을 제기하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한 데 대해, "3%대 성장률과 1%대 물가 상승률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KDI는 전날 발표한 '2014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3.5%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에서 1.8%로 각각 낮춰 제시했다.
이 총재는 "최근 우려는 원론적 정의에 맞춰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실물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저성장·저물가 고착화를 우려하는 뜻에서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저성장·저물가는 순환적 요인, 구조적 요인이 복합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통화당국의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특히 구조적 개선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당국에서는 금리를 두 차례 낮추는 등 경기 모멘텀을 살리려는 노력을 했고, 정부도 다각적 정책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하면서 "그럼에도 아직 실물경기가 만족할 만큼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 요인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선 저성장·저물가를 타개할 수 없다"며 일본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이 1990년대 초 성장률이 급락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 디플레이션에 진입하게 된 것은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 넘어갔기 때문"이라며 "아베노믹스가 주춤하는 것도 통화정책에만 의존한 결과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경기 모멤텀을 살리기 위해 저성장 추세에)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하는 것을 강조하고
이날 금통위는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키로 했다. 앞서 금통위는 8월과 10월 각각 0.25%씩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개월 연속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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