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식이 오래된 자동차 운전자들의 고민은 성능이 아니라 수리 및 정비비용이다. 자동차 성능이 향상된데다 서비스 품질도 좋아지면서 자동차는 대형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험하게(?) 타도 10년은 끄떡없이 탈 수 있다. 잘만 관리하면 20~30년도 문제없다.
그러나 방해물이 있다. 부품이다. 부품 한두 개만 바꿔주면 2~3년은 더 탈 수 있는데 부품이 없거나 있더라도 비싼 경우가 많다. 완성차 메이커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단종 후 8년 간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8년이 지난 뒤 부품이 단종되면 차도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아직도 생생한 차를 폐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신품이 있더라도 차 가치에 비해 부품 값이나 공임비가 만만치 않게 들기도 한다. 차 가격은 100만~200만원 수준인데 수리비는 그 이상 나와 차를 폐차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차 값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고치기도 한다.
일부 정비업체는 부품을 개조해주기도 하지만 더 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2만여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 중 한 두 개 때문에 폐차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중고차 구입을 꺼려하고 신차를 사려는 소비자들도 많다.
↑ 중고(재사용) 부품 베스트셀링 |
사실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에코 부품이라 불리는 ‘중고 부품’을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중고’라는 단어에서는 낡고 더럽다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더 큰 문제는 막연히 문제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중고 부품에 대해서도 같은 인식이 팽배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고 부품을 새 부품으로 속여 바가지를 씌우고 고장도 자주 발생한다는 기사가 각종 언론매체에 단골로 등장했다.
그러나 자동차 기술 발전으로 부품 품질과 내구성이 향상되면서 중고 부품은 재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중고 부품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 조사 결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자동차보험을 통해 차를 수리할 때 우선순위를 중고 재활용 부품, 일반 부품, 순정 부품 순으로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고 부품 사용은 법적 문제가 없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자동차 안전과 관련된 조향기어기구, 차대번호가 표시된 차대 또는 차체, 제동장치, 마스터 실린더 등 4개 부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중고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중고 부품 사용을 장려하는 이유는 ‘친환경’에 있다. 재활용으로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어서다. 중고 부품은 ‘에코 부품’인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고 부품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가격이다. 가격 차이도 많이 나야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중고 부품은 새 부품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반값 이하에 나오는 경우도 많다.
현대 NF쏘나타 2007년식의 경우 전조등 신품은 11만5500원이지만 중고품은 4만5000원에 불과하다. 계기판 신품은 14만6300원, 중고품은 6만6000원이다. 르노삼성 SM520 2002년식 사이드미러 신품은 9만6100원, 중고품은 4만5000원이다. 도어는 신품이 16만4300원, 중고품이 7만원이다.
부품 종류도 다양하다. 전조등, 후미등. 사이드미러, 계기판, 도어 등 58개 품목이 판매된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돈’을 더 벌 수도 있다. 자동차보험을 통해 차를 수리할 때 중고 부품을 사용하는 ’친환경 중고 부품 특약’을 이용하면 새 부품 가격의 20%를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어서다.
부품 구입 방법도 쉬워졌다. 예전에는 정비업체에 중고 부품이 없을 때 차주가 폐차장을 돌아다니며 부품을 구해야 했지만 요즘에는 중고 부품 온라인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일반 소비자는 택배로 물품을 받은 뒤 카센터를 찾아 공임비를 내고 장착하면 된다.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의 경우 회원사인 517개 폐차업체가 내놓은 10만여개 부품을 리싸이클파크가 운영하는 지파츠(www.gparts.co.kr)를 통해 판매한다. 품질을 믿을 수 있도록 조합이 교환ㆍ환불을 보증하고 재사용 부품 이력제도도 실시되고 있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