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계열사 4개사를 1조9000억원에 양수도하는 대형 빅산을 체결함에 따라 두 그룹에 미치는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사업적 측면에서 한화그룹이 좀 더 실속을 챙겼다는 평이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26일 각각 이사회, 경영위원회를 열고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등 4사를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에 1조9000억원에 양수도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빅딜은 삼성 계열사 4개사, 한화 계열사 3개사에 걸친 대형 계약이다. 사업 영역도 방산 부문과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에틸렌 등 석유화학 부문과 CCTV 등 보안 부문, 로봇 부문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기존 주력 부문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 구조 개편에 주력해왔다. 제일모직을 직물, 패션 사업과 소재 사업으로 분리해 각각 삼성에버랜드, 삼성SDI에 넘겼으며 양도 이후 삼성에버랜드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다. 또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업을 삼성에스원에 양도하고 급식 부문을 삼성웰스토리로 분사했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병시켰으며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을 결정했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전자, 금융, 건설·플랜트 등 주력 부문으로 계열사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도 비록 무산됐지만 같은 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이번 매각도 마찬가지다. 삼성테크윈이 반도체 설비인 칩 마운터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주력 사업은 방산과 보안이다. 반도체부품 사업은 올 상반기 분리해 엠디에스라는 신설법인을 세우고 매각한 바 있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도 각각 PTA, 에틸렌이 주력으로 삼성 주력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연속 기대에 못미친 실적을 내는 등 부진에 빠졌다. 결국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방산과 석유화학을 처분하는 대신 2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챙기기로 결정했다는 평가다.
반면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로 사업 역량 강화와 몸집 불리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한화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인수해 단숨에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했다. 기존 탄약, 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항공기·함정용 엔진, 레이더 등 방산전자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했으며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0%도 덤으로 확보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인수로 에틸렌 생산에서 세계 9위로 올라섰다. 또 나프타, 콘텐세이트, 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한화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의 매출을 모두 합치면 지난해 기준 18조823억원으로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을 누르고 1위에 오르게 됐다. 이밖에 삼성테크윈이 보유한 로봇 부문과 칩 마운터 등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의
이같은 평가는 증권시장에 바로 반영됐다. 이번 인수가 알려진 이후 한화, 한화케미칼 주가는 오전 11시 11분 기준 1.59%, 2.61% 상승하고 있다. 반면 삼성테크윈은 기존 삼성그룹과의 매출에 대한 우려로 하한가를 기록중이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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