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움직이는 물체를 단 0.2초 만에 인지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눈으로 사물을 본 후 대뇌까지 전달되는 시간이 0.2초라는 얘기다. 나아가 한 사물을 지속적으로 18초 이상 보게 되면 2분여 만에 그 내용을 잠재적으로 기억하게 된다. 결국 어떤 이미지를 누군가에게 각인시키고 싶을 때 소요되는 시간은 2분여 남짓이 될 수 있다.
최근 한 아웃도어 업체의 동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유명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닌,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영상은 공개한 지 한 달 만에 유튜브 조회 수가 770만 뷰를 돌파했고, 약 40일 만인 14일(오후 1시 기준)에 923만여 뷰를 넘어섰다.
흔히 유튜브를 통해 게재된 영상이 10만을 넘기면 성공적이다란 평가를 받고, 100만을 넘기면 대박이라고 부르는 것에 견주면 불과 40일만에 900만 돌파는 초대박이라 불러도 손색 없다.
그렇다면 이 영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또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 화제의 중심에는 노스페이스가 있었다. 노스페이스가 지난 9월 30일 공개한 이 영상은 옷을 고르고 거울을 보면서 맵시를 점검하던 한 일반인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거울을 보던 그 일반인은 갑자기 매장 바닥이 사라지고 의지할 곳은 벽에 달린 클라이밍 월뿐인 긴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자칫 긴박한 순간이 오가던 찰나, 안간힘을 써서 벽에 매달려 있는 그 일반인에게 천장에 숨겨져 있던 노스페이스의 다운재킷이 내려오고 ‘제한시간 30초! 노스페이스 다운재킷을 GET하세요!’라는 미션이 공개된다. 갑작스런 미션을 받은 소비자들은 두려움에 망설이지만 결국은 다운재킷을 향해 허공 속으로 몸을 날린다.
마치 한 편의 어드벤처 다큐멘터리 같은 이 영상은 소비자 체험을 통해 도전과 성취를 간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아웃도어 활동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아 낸 이 영상은 노스페이스가 추구하는 가치인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소비자 체험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며 “소비자와 직접적인 소통이 중요한 B2C 기업에게 이 영상은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이미지를 높일 수 있어 중요한 통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반응은 세계적인 광고 전문지인 애드위크(ADWEEK)의 메인 페이지에도 소개됐다. 10월 둘째 주 애드위크 내 가장 인기 있는(Most Popular) 섹션에서 1위를 차지한 이 기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SNS 채널을 통해 이틀간 16만 건의 공유가 이뤄질 정도로 급속도로 확산된 것. 또한 미국 피플(People)지 온라인판, 미 워싱턴주 소재의 KHQ 방송 뉴스 등에도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패션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스타를 기용한 TV CF 영상이나 유명 프로그램의 패러디 영상, 몰래카메라 형식의 소비자 체험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바이럴 영상을 내보이고 있다”며 “그런 가운데 노스페이스의 시도는 더욱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패션 브랜드들의 경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이템을 선정해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는 JTBC의 인기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을 패러디한 바이럴 영상인 ‘비정상 패션회담’을 선보였다. 샘 오취리, 에네스 카야 등 ‘비정상회담’ 인기 출연진과 김나영,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등장해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에잇세컨즈의 제품을 보여준다. 이 영상 공개한 지 2주 만에 190만 건의 조회 수를 보였고, 14일 현재 21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또 신성통상의 남성복 브랜드 ‘앤드 지 바이 지오지아’도 KBS 2TV 예능 ‘개그콘서트’에서 ‘~끝’이란 유행어로 두각을 드러낸 개그맨 조윤호와 스타일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조회 수 43만 건을 기록한 ‘수트 유단자 편’외에 ‘트렌디한 쿨비즈룩’ ‘네이비 수트 편’ ‘숏 캐주얼’ 등의 제목을 단 동영상은 남성들의 스타일링 노하우에 대해 조윤호의 유행어를 활용해 재치 있게 구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제일모직의 캐주얼브랜드인 바이크 리페어 샵은 ‘박형식 남지현의 허그다운 에피소드 시리즈’를 통해서 젊은 세대의 순수하고 감각적인 사랑 이야기의 영상을 공개했다. 현재 ‘에피소드 1’ 영상은 1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