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서른 살이 된 쏘나타는 단순히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중형차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1985년 첫 선을 보인 뒤 30년 동안 7번을 진화하면서 현대차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한국 성장의 상징이자, 중산층을 대변하는 중형차가 됐다.
700만대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판매된 쏘나타(길이 4.8m, 높이 1.5m)를 일렬로 세우면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서울과 부산을 40차례 오갈 수 있고, 수직으로 쌓으면 에베레스트 산 1160개를 위로 포개 놓은 것과 같은 높이다.
그러나 쏘나타 대세론은 위기도 맞았다. 6세대 YF가 아반떼에 ‘국민차’ 자리를 넘겨주고 절취부심 등장한 7세대 LF쏘나타도 판매가 주춤하자,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평가가 등장했다. 절치부심 쏘나타는 택시로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동생 아반떼에 빼앗겼던 국산차 베스트셀링카 자리도 4년 만에 탈환할 태세다. 탈환에 성공한다면 명실상부 ‘국민차’로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서른 잔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외치는 쏘나타의 30년을 되돌아봤다.
◆1세대 소나타-스텔라에서 쏘나타로(1985년~)
쏘나타는 1985년 처음 출시됐다. 당시 한국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의 시대가 열렸다. 높아진 소득수준은 자동차 구입에도 영향을 줬다. 자신의 사회적 지휘를 표출하는 수단이기도 한 자동차도 포니, 엑셀 등 소형차보다 더 크고 넓은 세단을 선호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현대차는 이에 1983년 5월 포니에 이은 현대차 제2의 고유모델이자 최초의 자체 개발 중형차인 스텔라를 선보였다. 1400cc 및 1600cc 엔진으로 출시된 스텔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현대차는 1985년 11월 스텔라 차체에 1800cc와 2000cc SOHC 엔진과 5단 변속기를 탑재한 ‘소나타’를 출시했다. 스텔라의 고급형 모델이었던 것이다.
소나타는 ‘VIP를 위한 고급 승용차’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자동 정속 주행장치, 파워핸들, 파워브레이크, 자동조절 시트, 전동식 리모컨 사이드미러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첨단사양들을 적용했다. 당대 인기배우 신성일이 첫 번째로 계약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소나타는 ‘소나 타는 차’라는 별명이 생기자 출시 이듬해에 차명을 ‘쏘나타’로 변경했다.
◆2세대 쏘나타-캠리·어코드에 맞서다(1988년~)
1세대 쏘나타가 인기를 끌자 자신감이 붙은 현대차는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 수입차 브랜드들과 겨루기 위해 수출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1988년 6월 출시된 2세대 쏘나타는 철저하게 ‘수출 전략형 중형차’로 개발됐다. 경쟁상대는 미국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캠리, 어코드였다. 현대차는 이들 차와 비교평가 테스트를 거치며 상품 경쟁력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2세대 쏘나타는 국내 최초로 자체 디자인한 모델이다. 기존 각진 디자인에서 벗어나 공기 역학을 중시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을 도입했다. 당시 중형차의 상징이었던 후륜구동 대신 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눈과 빙판길이 많은 한국 기후를 감안해서다.
1988년 11월16일에는 3277대가 미국행 배에 선적되면서 국산 중형차 중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되는 기록을 세웠다.
1991년에는 고급 대형차의 전유물이었던 DOHC 엔진을 장착한 부분변경 모델 ‘뉴 쏘나타’가 출시됐다. 중형택시 시장을 겨냥해 LPG 연료를 사용하는 모델도 나왔다.
◆3세대 쏘나타Ⅱ·Ⅲ-중형차 대중화 선구자(1993년~)
현대차는 국내 중형차 시장이 성장하고, 해외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자 1993년 5월 3세대 쏘나타II를 선보였다.
쏘나타II 디자인은 지금까지도 전문가들이 역대 쏘나타 시리즈 중 최고로 꼽는다. 여기에 SRS 에어백,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 전자식 서스펜션(ECS) 등 첨단사양을 적용했다. 이는 판매 실적으로 이어졌다. 33개월 동안 60만대가 판매되는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쏘나타II는 이후 그랜저의 전신인 마르샤를 탄생시킨 밑거름이 됐다.
1996년은 쏘나타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해였다. 우선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디자인이란 찬사를 받았던 부분변경 모델 ‘쏘나타Ⅲ’가 나왔다. 이 모델은 전투기 분사구를 연상시키는 라디에이터 그릴 등 다이내믹한 전면부 디자인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96년에는 모스크바 모터쇼에서 최우수 자동차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쏘나타Ⅲ는 1996년 완공된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됐다. 쏘나타 출시 11년만에 누적 판매대수 100만대를 돌파한 해도 1996년이었다.
◆4세대 EF쏘나타-국산 중형차의 기술 독립(1998년)
EF쏘나타는 국산 중형차의 기술 독립을 선언하며 1998년 3월 출시됐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175마력의 2500cc 델타 엔진과 인공지능 하이벡(HIVEC, Hyundai Intelligent Vehicle Electronic Control) 4단 자동변속기를 탑재, 국산 중형차의 기술력을 뽐냈다.
EF쏘나타는 날카로운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볼륨감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클래식한 리어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쏘나타 앞에 붙은 ‘EF’는 차량의 프로젝트명으로 ‘Elegant Feeling(우아한 느낌)’이라는 뜻이다.
EF쏘나타의 출발은 힘겨웠다. IMF 구제금융 여파로 판매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듬해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19개월간 연속으로 판매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1년에는 전장을 35mm 늘려 준대형급 차체를 갖춘 부분변경 모델인 뉴EF쏘나타가 출시됐다. 2004년 미국 JD파워가 선정하는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하는 쾌거도 일궈냈다.
◆5세대 쏘나타(NF)-북미공장 가동, 글로벌 중형차로 도약(2004년~)
현대차는 26개월의 개발기간 동안 2900억원을 투자해 2004년 5월 NF쏘나타를 내놨다. 프로젝트명인 NF는 ‘불멸의 명성(Never ending Fame)’이라는 뜻이다.
NF는 현대차가 46개월 동안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2.0·2.4 세타 엔진을 탑재했다. 세타 엔진은 초기 현대차에 엔진을 공급했던 미쓰비시를 비롯해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의 크라이슬러에 역수출될 만큼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전장x전폭x전고는 4800x1830x1475mm로 기존 모델보다 전장은 55mm, 전폭은 10mm, 전고는 55mm가 늘어나 동급 최고 수준의 차체 크기를 확보했다. 3.3 람다 엔진의 고배기량과 2.0 디젤 엔진을 탑재해 선보이는 등 라인업 확충에도 힘썼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준공되면서 2005년 5월부터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로 북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2007년 11월에는 2세대 세타 엔진을 얹은 부분변경 모델 ‘쏘나타 트랜스폼’이 출시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63마력으로 기존보다 19마력이 높아졌다.
◆6세대 쏘나타(YF)–현대차 디자인 정체성 확립(2009년~)
2009년 9월 출시된 6세대 YF는 현대차의 디자인 정체성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전 모델과 다르게 쿠페 스타일을 접목, 역동성을 강조했다. 차체자세제어장치(VDC)가 전 모델에 기본 사양으로 장착돼 안전성도 강화됐다. 파노라마 선루프, 버튼 시동장치 등 고급 사양 및 첨단 사양도 적용됐다.
2.0 세타Ⅱ 엔진과 2.4 세타 GDi 엔진을 적용해 엔진 성능도 향상시켰다.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변속효율 및 연비 향상을 실현했다. 이후 세타 엔진을 누우 엔진으로 대체했다. 2.0 세타Ⅱ 터보 GDi 엔진이 2.4 GDi 엔진을 대체하며 강력한 성능을 확보했다. 가족형 세단으로 30~50대 폭넓은 연령대 고객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YF는 중국에서 현대차 중형 모델로는 최초로 10만대 판매를 돌파하고, 북미 지역의 각종 자동차 전문지 및 조사기관의 패밀리 세단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베스트 중형차로 자리잡았다. 2011년 5월에는 국내 최초 중형 하이브리드카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등장했다.
◆7세대 쏘나타(LF)– 혁신적인 차체 강성 확보(2014년~)
현대차는 총 개발비 4500억원을 투입해 3년 동안 개발한 LF쏘나타를 올 3월 출시했다. 현대차는 디자인, 주행성능, 안전성 등 자동차의 본질에 충실한 차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LF쏘타나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쏘나타는 기존 YF보다 더 커지고, 넓어지고, 힘세졌다. 크기(전장×전폭×전고)는 4855×1865×1475㎜로 30㎜ 길어지고 30㎜ 넓어졌으며 5㎜ 높아졌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10㎜ 늘어난 2805㎜다. 트렁크 용량은 동급 최대인 462ℓ로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모두 들어간다.
디자인도 한층 정제됐다. 외관은 고급스러운 느낌의 신규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한 전면부, 한층 정제된 선과 조형을 통해 모던함을 강조한 측면부, 볼륨감을 잘 살린 리어 범퍼 디자인으로 안정감을 극대화한 후면부를 통해 세련되면서도 역동적인 고급 중형 세단의 이미지를 추구했다.
사용자의 편의성과 감성만족을 극대화하는 ‘인간공학적 설계(HMI, Human-Machine Interface)’를 실내공간에 적용했다. 안전성도 향상됐다. 일반 강판 대비 무게는 10% 이상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2배 이상 높은 초고장력 강판을 기존 21% 대비 2.4배 향상된 51%로 확대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LF쏘나타는 출시된 뒤 4월에는 1만1904대, 5월에는 1만324대가 판매됐다. 6월에는 6925대로 판매량이 준 뒤 8월에는 5596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8월말 택시 모델이 출시되면서 판매대수가 많아졌다. 9월에는 6861대, 10월에는 6586대가 팔렸고 이중 택시는 2508대, 2246대에 달했다. LF와 YF를 합한 쏘나타 판매대수는 월 8000여대 수준으로 이 같은 추세대
또 국산차 판매 1위 자리를 4년 만에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쏘나타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2년 연속 국산차 판매 1위를 차지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반떼에 자리를 넘겨줬다. 올 1~10월 쏘나타 판매대수는 8만8485대로 국산차 중 가장 많이 판매됐다. 2위는 현대 포터(7만8527대), 3위는 기아 모닝(7만6846대), 4위는 아반떼(7만3854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