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한방울로 알츠하이머 진단 기술 개발

　국내 연구진이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이 혈액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혈액 한 방울로도 간단하게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김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뇌에 생겨난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가 혈액으로 전달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고 6일 밝혔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서 과도하게 증가해 발생한다.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높아지면 뇌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기억이 생성되지 못하고 사라져 치매 질환이 생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치매를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혈액에서 베타아밀로드가 미량 발견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뇌에서 발생한 베타아밀로이드가 혈액으로 직접 전달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학계에서는 논쟁의 대상이 되곤 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뇌에 베타아밀로이드를 넣어 강제로 치매를 일으켰다. 그 뒤 혈액을 뽑아 베타아밀로드의 양을 분석한 결과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의 농도가 높을수록 혈액에서 많은 양의 베타아밀로이드가 발견되는 것을 확인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있는 수용체와 붙으면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혈액으로 이동한다”며 “뇌에서 발생한 베타아밀로이드가 혈액으로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결과가 향후 간단한 혈액 검사만으로도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베타아밀로이드는 혈액 속에서 극히 미량만 존재하는 만큼 현재 병원 장비로는 분석이 어렵다”며 “국내외 병원과 함께 혈액 속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을 분석할 수 있는 정밀 장치 개발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최신호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