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아슬란의 신차 발표회를 갖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
아슬란은 현대차의 준대형 주력 모델 그랜저와 대형급 제네시스 사이의 빈틈을 노린다.
배기량으로 보면 아슬란은 3000cc와 3300cc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이에 반해 2015년형 그랜저는 2359cc와 2999cc, 제네시스는 3342cc와 3778cc 모델이 판매 중이다. 즉 그랜저의 상위 트림과 아슬란의 하위 트림이 겹치고, 제네시스의 하위 트림과 아슬란의 상위 트림이 겹친다. 일정 부분 자기 잠식 효과가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가격 측면에서 보면 아슬란의 위치가 보다 분명해진다. 아슬란의 판매 가격은 3990만~4640만원까지로 책정됐다. 그랜저보다는 1000만원 정도 비싸고 제네시스에 비해서는 600만원 정도 싸다.
또 현대차 프리미엄 세단 가운데 유일하게 전륜구동을 채택한 점도 특징이다. 제네시스와 에쿠스는 모두 후륜구동인 반면 그랜저는 전륜구동이다. 일반적으로 후륜구동은 승차감과 고속주행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반면 전륜 구동은 연비면에서 앞선다.
현대차는 아슬란을 통해 수입차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대형 세단 시장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아슬란의 경쟁 상대로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을 꼽고 있다.
이전에도 현대차는 주력 모델 사이의 틈새를 노린 차종을 선보인 적이 있었지만 큰 재미는 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 대표적으로 1995년 출시된 마르샤의 경우 고급 중형 세단을 컨셉으로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시장을 노렸지만 3년 만에 단종된 바 있다. 또 다이너스티의 경우에도 그랜저와 에쿠스 간의 틈새를 노리며 2003년 재생산됐지만 결국 안착하지 못하고 2년만에 단종됐다.
현재까지 아슬란의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아슬란의 사전 예약은 약 2000대 가량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과 연초에 예정된 각 기업의 인사철을 앞두고 임원 수요가 더해지면 아슬란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현대차는 전망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올해 월 평균 판매량이 2700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초기 반응은 꽤 괜찮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이런 시도가 성공하기 어려웠던 것은 '그 돈이면 차라리 몇 백만원 더 주고 제네시스를 사겠다'는 식의 반응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제네시스는 다이나믹한 이미지가 강해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아슬란이 어느 정도 차별화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