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스플렁크 컨퍼런스 2014' 기조연설(키노트)에서 고프리 R. 설리반(Godfrey R. Sullivan) 최고경영자(CEO)가 던진 화두는 데이터의 활용이었다.
설리반 스플렁크 CEO는 상당수의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중에 일부분만 쓰는데 만족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사로 참석한 마이클 코너(Michael Connor) 코카콜라 최고정보담당책임자(CIO)도 "모든 데이터의 30%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물 위를 걸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코카콜라는 사소한 데이터라도 산업과 연계해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음료 자판기에 데이터 수집 장치를 설치해 날씨와 시간대별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더 나아가 실시간으로 제품별 생산과 재고를 조절하는 것도 데이터 활용 방법 중 하나다.
북미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유명한 뉴욕 에어 브레이크(NYAB)는 기관차 브레이크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철도와 기관차 바퀴 컨디션 변화에 따른 브레이크 성능 결과를 계속적으로 수집, 비용 절감방안을 찾아내 1조원대 투자수익률(ROI)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애플 역시 빅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인 회사 중 하나다. 스플렁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이 하루에 분석·처리하는 데이터는 삼성전자의 150배에 달한다. 이렇게 분석된 데이터는 새로운 융합산업 모델 개발에 활용된다.
미국 최대 네트워크 회사인 시스코(Cisco)도 단순 IT 정보 활용이 아닌 산업 분야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시스코의 행보는 이번 컨퍼런스의 주 관심사이기도 했다.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3분의 2를 석권하고 있는 이 회사가 어떻게 빅데이터를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관련 기업들의 이목이 쏠린 것이다.
시스코가 주목한 분야는 좀 더 직관적인 데이터 활용을 위한 솔루션이다.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많은 데이터를 단순 표로 나열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 누구나 쉽게 문제를 파악할 수 있고 인과관계를 알 수 있는 솔루션이 있다면 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시스코 측의 판단이다.
놀랍게도 시스코의 고민을 덜어준 솔루션은 한국 기업의 작품이었다. 관제 시스템 전문 기업인 엔쓰리엔(N3N)이 원하는 데이터를 지도 등 시각적 공간에 통합하는 기술을 적용한 페르세우스(Perseus) 솔루션을 시스코에 납품한 것이다.
엔쓰리엔의 페르세우스 솔루션은 이미 세계적인 철강회사에 적용돼 활용되고 있는 관제 시스템으로 빅데이터를 산업 생산에 활용한 사실상 첫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시스코는 이 점에 주목해 이미 엔쓰리엔에 대한 지분 투자를 진행한데 이어 솔루션까지 추가로 구입했다.
남영삼 엔쓰리엔 부사장은 "데이터의 가시성은 데이터 수요가 급증할수록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미국 라스베이거스 =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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