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 산업에 반평생을 받치며 매일 새로운 햄 소시지를 연구하는 CEO가 있습니다. 바로 (주)대경햄 유호식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34년을 육가공 업계에서 일한 그는 이번에 메쯔거라이라는 생소한 형식의 매장을 오픈했다고 합니다. 그가 30년 전부터 꿈꿔온, 매장 안에서 햄 소시지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질 좋고 입맛에 맞는 햄 소시지를 전달해 주는 매장이 문을 연 것입니다. 오픈하기도 전에 SNS에 올라가 그 가치를 증명한 어반나이프. 지금은 오픈 1년 만에 5개의 가맹점을 내었다고 합니다. 육가공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금도 달리고 있는 그. 그의 이야기를MBN ‘정완진의 최고다(최고 경영자의 고귀한 다섯 가지 비밀)’ 제작진이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Q. 생소한 메쯔거라이 매장, 이런 매장을 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젊은 나이에 처음 뛰어든 사업이 메쯔거라이였습니다. 유럽으로 해외 출장을 가서 본 메쯔거라이는 회사를 박차고 나올 정도로 인상 깊었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장에서 소시지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이 법으로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사업을 접게 되고, 소시지를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6개월간 독일에 가 일을 했습니다. (주)대경햄 사업을 하면서도 메쯔거라이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국내 육가공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다 작년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 생겼습니다. 저의 꿈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되었고 바로 7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한국식 메쯔거라이를 개업하게 된 것입니다.
Q. 한국식 메쯔거라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대표님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먼저 매장에서 바로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고 이를 직접 포장해 판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고객의 눈앞에서 가공을 하니, 위생 등에서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덕분에 신뢰도가 굉장히 많이 올라갔습니다. 중간 유통 과정이 없으니 가격면에서도 저렴하고, 또 기계로 소품종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니 종류도 다양합니다. 고객들의 반응도 좋고요. 또 독일에서 들여온 향신료를 이용해 기존에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었던 햄과 소시지로 직접 요리를 해서 팔기도 하니 젊은 층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Q. 육가공 산업에 아무런 경험도 없이 메쯔거라이 매장을 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죠?
86년도에 대경햄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독일에서 배워온 기술로 직접 소시지를 개발하면 사업을 키워갔죠. 유럽에서 향신료를 수입했고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맛을 개발했습니다. 굽거나 찌는 방법을 달리하면 그 종류가 수십 개가 되는 게 햄 소시지인데 그것을 매일 연구했습니다. 맨 몸으로 시작했던 사업 3년 만에 임대공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직원의 수는 20여명이 되었고요.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훈제 족발, 훈제 오리를 개발하며 거래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요. 작았던 회사는 점점 커졌고 대기업에서 OEM주문이 들어왔습니다. 그것을 발판으로 직원의 수가 120명이 될 정도로 커졌습니다. 마냥 행복했죠.
Q 사업 위기는 없으셨나요?
92년도 대경햄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죠. 그 당시 경쟁업체가 우후주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업체는 무조건 대경햄보다 싸게 거래하겠다는 계약조건으로 거래업체를 빼앗아갔습니다. 거기다 OEM도 떨어져나갔죠. 그 당시 사업이 확장되면서 직원들 수도 120명으로 많아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을 줄일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전 회사를 대기업을 다녔고 직원을 해고해야 한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죠. 그렇게 몇 년을 끌다 회사가 부도가 났죠. 터널에 갇힌 느낌이었습니다. 가도 가도 어두운 터널이 계속 이어졌죠.
Q 위기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주변의 도움이 컸습니다. 재료를 들여오던 업체에 제 사정을 얘기하고 ‘빌려준다고 생각하고 재료 공급을 계속 부탁드린다.’고 했는데 그 동안 저의 정직함과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정말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저는 더 열심히 뛰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그렇게 주변의 도움과 저의 피나는 노력으로 완전 부도가 난 회사를 기적처럼 살렸습니다. 당연히 그 당시 거래했던 업체와는 지금도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부도가 나고 회사를 살리며 느낀 점은 단연 신뢰였습니다. 그 신뢰를 저버리면 안 된다 생각하고요. 신뢰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힘든 시간을 이겨내며 느낀 교훈입니다.
Q 사업 위기를 극복하고 육가공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하신 일이 있으신가요?
네. 제가 육가공 산업에선 처음으로 대리점 체제를 운영했죠. 따로 영업을 다니며 영업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배달을 하며 알게 된 사람들을 사무실로 모시고와 대리점 제안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아는 사람들에게 제안을 하며 늘린 대리점이 지금은 80여개 정도 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상지대 교수에 역임해 육가공 산업 전문 인력 양성에 힘썼습니다. 육가공협회 기술분과위원장이 되고 식육즉석판매가공법 제정을 위해 활발히 활동했었습니다. 당연히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정부, 언론, 식약청, 육가공 산업 관련자 등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야했죠. 다행히 많은 분들이 법 제정에 힘써주었습니다. 그런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작년에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 제정되었습니다. 법이 제정됐을 때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죠. 요즘은 전문 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육가공 산업이 발전하려면 반드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메쯔거라이 빌딩 5층에 교육장을 만들었습니다. 교육은 직원들 교육뿐만 아니라 신청을 받아 교육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도 교육을 해주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7층짜리 미트빌딩을 완성하여 육가공 전문 인력을 더욱 키우고 좋은 소시지를 만드는 것. 그게 최종 목요인 것 같습니다. 매장에서 질 좋은 소시지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면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햄 소지시의 부정적인 편견을 없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고급화된 제품으로 다가가면 우리나라 축산식품이 발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