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한국인 유방암 발생률이 일본을 앞서며 동아시아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유방암 발생률은 2008년 10만명당 38.9명에서 2012년 52.1명꼴로 급증해 그동안 동아시아 유방암 발병률 1위였던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우리보다 먼저 서구화 추세에 접어들었던 일본은 2012년 10만명당 51.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16일 국내외 유방암 현황을 담은 '2014 한국유방암 백서'를 발표했다.
송병주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유방센터장)은 "한국의 유방암은 발병 양상이 급격히 서구화되고 있어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유방암 극복을 위한 필수요소가 됐다"면서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아주 좋은 만큼 개인이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을 평소에 관리하고, 나이에 맞는 검진을 받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유방암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이 잦은 서구형이라는 점이다. 유방암 환자를 나이별로 보면 만 15~54세 연령에서 유방암 발생률이 일본에 앞섰는데, 15~44세까지의 유방암 발생률은 미국을 앞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간 유방암 환자수에서도 1996년 3801명에서 2011년 1만 6967명으로 15년새 약 4.5배 늘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한국인의 변화한 생활습관이 유방암 양상을 바꿨다고 진단한다. 지방섭취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Estrogen Receptor Positive, ER+) 유방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에는 전체 환자의 58.2%였던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 비율이 2012년에는 73%까지 상승했다. 포화지방 섭취가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약 3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방암은 암세포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꾸준히 반응해 성장이 촉진되는 것이 특징이며 발병 후 오랜 기간이 지나도 재발 위험이 있어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유형의 유방암이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증가에 밀접한 영향이 있는 폐경 후 여성 유방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폐경 이전보다 이후에 발병하는 비율이 더 높다. 폐경 후 생기는 유방암은 지방조직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에스트로겐의 주된 공급원이 지방 조직이기 때문에 비만할수록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폐경 후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3.4%를 차지했고 환자의 중간 나이도 51세로 2000년보다 5살이 더 많아졌다.
이처럼 국내 유방암 발병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유방암 사망률은 OECD국가중 최저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사망률은 일본(9.8명)이나 미국(14.9명)보다 현저히 낮은 10만명당 6.1명에 불과했다. 의료 선진국으로 꼽는 북미나 유럽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비교적 초기에 속하는 0기나 1기에 암을 진단받는 비율이 2000년 32.6%에서 2012년 56.24%에 상승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조기진단이 늘어나면서 치료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자기 유방을 보존하는 부분절제술이 67.2%를 차지했으며 2000년에는 한해 99건이었던 유방재건수술이 2012년에는 910건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