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 이후 기대만큼 극적인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에 연사로 나선 조셉 브라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 명예교수는 "통일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 역시 클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브라다 교수는 "통일 이전 남북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통일을 위해 20~30년이고 준비할 토대가 마련됐을 때 '대박' 통일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 통일을 경험한 국가들의 예를 들며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통일 이후 정치, 경제적 부국을 꿈꾼 이들 국가는 막상 통일 후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어서다.
우선 이탈리아의 경우 통일 당시 남북 간 정치, 문화, 사회 등 제도적으로 처한 상황의 차이가 커 그 문제가 통일 이후에도 쉽게 해결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브라다 교수는 "남북 통일 이전 뿐 아니라 이후 이탈리아는 정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며 "통일 후 북쪽에 맞춰 각종 사회구조를 변화시켜야 했지만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다고 생각한 남쪽의 많은 주민들의 이탈 문제가 발생, 결국 진정한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무엇보다 남북간 경제적 격차가 커 그 간극을 좁히는 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통일 문제에 있어 모범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독일조차도 그가 보기에는 통일을 위해 투입된 비용 대비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평가다.
브라다 교수는 "동독과 서독의 경제적 수준을 맞추기 위해 독일 정부는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동독과 서독의 소득수준이나 실업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과연 한국은 남북 통일을 위해 비용 뿐 아니라 20~30년간 장기적으로 접근할 준비가 돼 있는지 청중들에게 물었다.
브라다 교수는 "남한과 북한의 경우 독일의 동독, 서독의 경제적 차이보다 훨씬 큰 소득격차를 지금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재원을 투입해야하는 지 가늠조차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이나 이탈리아 등 다른 통일 국가와 달리 정당정치와 군사 문화가 강하게 발달된 곳이어서 차이가 크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 있는 수많은 군 장성들이 과연 남북 통일 이후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며 "군사 국가의 간부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을 지 다른 통일 국가와는 달리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방영덕 기자/ 하정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