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국가채무' 통화안정증권 눈덩이…180조 돌파
공공부문 부채에서 빠졌지만 논란은 지속
국가채무나 공공부채에 정식으로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국가채무 성격이 짙은 한국은행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한국 경제의 덩치보다 두배의 증가 속도로 늘어 18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통안증권 발행잔액(상대매출 제외)은 180조6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9.5% 증가했습니다.
지난 2010년 10월(10.1%) 이후 3년 11개월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로, 최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두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발행잔액은 2010년(연말 기준) 163조5천억원부터 2013년 163조7천억원까지 횡보하다가 4년만에 급등하고 있습니다.
통안증권은 경상수지 흑자 등 외환부문을 중심으로 발생한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한은이 발행하는 특수 채권입니다.
예를 들면 한은은 과다한 달러 유입으로 환율이 급락하면, 발권력을 동원해 마련한 원화 자금으로 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고 초과 유출된 유동성을 통안증권을 발행해 흡수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정부가 외환시장안정용 국고채를 발행해 마련한 재원으로 외화자산을 매매해 외환시장의 급변동을 억제하는 외평기금 역할을 한은이 발권력과 통안 증권을 동원해 정부 대신 하는 셈입니다.
문제는 외평기금에 의한 채권은 국가채무로 잡히고 국회의 통제도 받는 데 비해 통안증권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통안증권에 대한 이자지급이 늘면 한은의 수지가 악화돼 정부 세수에 감소 요인으로 작용,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세금부담도 됩니다.
올해 1∼9월 통안증권 이자비용은 3조6천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기간 통안증권 평균 잔액이 170조원으로 작년보다 4.3%(7조원)가량 늘었지만 금리 하락 등으로 이자비용은 작년 동기보다 2천억원가량 줄었습니다.
통안증권 이자비용의 감소에는 통안계정이나 환매조건부(RP) 채권매각 등 한달 안팎의 단기 유동성 조절 수단의 사용 비중을 늘려 통안증권 발행을 억제한 영향도 있습니다.
정부가 작년 2월 처음 발표한 공공부문 부채 통계 준비 과정에서는 통안증권을 비롯한 금융공기업 부채를 포함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금융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일반 부채와는 성격이 다른 예금 등이 부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산출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러나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습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는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비용을 한은에 전가하면서 재정건전성은 양호한 것으로 포장하는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실제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18% 수준에 달하는 일본은 외환시장 개입용 자금도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통안증권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통안증권 발행이 누증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정부의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을 지원하려고 한은이 지난 3월 정책금융공사(정금공
상대매출은 일반 통안증권과는 달리 공개시장에 내놓는 게 아니라 특정 상대를 지정해 넘기는 방식으로, 한은은 올해 신용보증기금 출연 재원이 필요한 정금공에 3조4천590억원을 저리 대출하고 다시 정금공에 통안증권을 발행, 초과 유동성을 흡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