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이미지를 언제까지 이어갈까. 정치 이념과 역사적인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 범위를 축소시켜 여행 적합지로만 따져 봐도 답은 아직 ‘물음표’이다.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불리는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일어난 지 40개월이 훌쩍 지났다. 당시 이 재해는 일본열도뿐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2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기록한 세기의 자연재해는 피해규모가 아직까지 정확히 산출되지 않을 정도고, 외부환경변수에 항상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여행업계는 물론 관광산업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
결국 자연재해에 대한 가시적인 피해와 더불어 방사능 유출이라는 더 큰 문제가 일본시장을 회복할 수 없게 만들었고, 1년 반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 후에야 일본 여행시장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듯해 보였다. 시간의 흐름이 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이라는 악재를 서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며 한일 양국의 관광산업에도 훈풍이 부는 듯 한 것.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이었다. 잠잠할만하면 터져 나오는 일본 우익의 망언, 특히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은 양국 정치 갈등을 극한까지 몰아가며 자연재해에 버금갈 정도로 여행업계를 다시 수렁에 빠트렸다.
여기에 지난 27일에는 일본 나가노현과 기후현에 걸쳐 있는 온타케산에서 화산재가 10km 상공까지 치솟는 등 대량으로 분출하며 폭발해 또 다시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9일 현재까지 31명이 심폐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등 피해상황은 커지고 있다. 여행업계 입장에서는 실낱 같이 잡아가던 경기 회복의 실마리가 수포로 돌아가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본 여행시장은 과연 회복이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기대를 해도 되는 곳일까. ㈜모두투어네트워크(사장 한옥민)가 발표한 통계자료 등의 도움을 받아 일본 아웃바운드시장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을 내다봤다.
◆ 당분간은... 회의론 = 2013년 여름성수기를 지나면서 터져 나온 방사능 오염 유출수 문제는 대지진 이후 잠깐이나마 정상화 되고 있던 일본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후 여행업계 전체를 그늘로 덮어버린 세월호 사고 정국도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던 일본 아웃바운드 시장에 악재였다.
아울러 다른 국가, 지역과는 다르게 유독 일본과의 문화, 관광산업에 있어 민감한 정치적인 문제가 추가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일본에서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는 반한 시위를 비롯해 혐한(嫌韓)에 대한 수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 더구나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을 서로 달리고 있다 할 정도로 첨예한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화산 폭발이라는 악재가 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주요 포털 사이트는 물론 여행사에는 일본을 가도 안전한 지에 대한 의견과 문의가 적지 않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을을 맞아 단풍 여행 등을 준비하던 여행객들 입장에서는 이번 화산 폭발이 일본에 대한 불안감을 강하게 자극하는 듯 보인다는 시각이다.
예전에 상황과 비교해 봐도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다. 쓰나미와 방사능 오염 유출수 문제, 잦은 지진 등의 자연에 대한 불안감이 여행 이슈로 부각할 때마다 일본 수요는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아웃바운드 시장은 최근 들어 너무 변수가 많다”며 “당분간은 어렵다는 회의적인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았다.
◆ 바닥은 쳤다... 기대론 = 물론 한없이 불투명해 보이는 일본 여행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올해 여름 성수기가 보인 상황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모두투어의 일본 모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성장보다는 하락과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여름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름 성수기를 지나 이른 추석으로 우려감이 깊었던 9월의 모객이 70%이상 급등하는 기현상까지 보여 기대치는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라는 것. 한편으로는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에 대한 기저효과와 동남아 부진에 대한 반사효과 라는 분석도 있지만 나름 일본시장이 긴 침체에서 벗어나 다시금 예전의 명성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경기민감 업종인 여행산업은 환율에 절대적으로 민감한 업종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1100~1200원대에서 머물던 일본 엔화가 서서히 하향 안정화 되고 있다는 것도 일본여행시장의 회복설을 뒷받침해준다는 근거라고 예를 들고 있다.
일본엔화 환율은 올해 들어 1000원 이하로 까지 떨어지며 현재 900원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엔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가운데 일본 아웃바운드 시장이 환율의 긍정적인 효과를 안고 침체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또 청와대를 비롯해 정치, 외교 관계자들의 움직임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관계 관계자들이 더 이상 극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관계를 방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 대통령까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해야 할 단계라고 공식석상에서 언급하며 양국의 정상회담 논의까지 이뤄지는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급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으로 한일관계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정치적 관계개선의 온기가 관광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훈풍이 불어오기를 바라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힘들게만 느껴졌던 일본여행시장이 기나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