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26일 오비맥주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논란과 관련해 "산화로 인해 생긴 냄새로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지만 늑장 대처와 미심쩍은 조사 결과로 불안감을 말끔히 해소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날 "오비맥주의 냄새는 산화취가 주요 원인"이라며 "맥주 유통 중 고온에 노출시킬 경우 맥주 원료인 맥아의 지방성분과 맥주속의 용존산소가 산화반응을 일으켜 산화취의 원인 물질인 '트랜스-2-노네날'(T2N)을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용존 산소량이 250ppb 수준으로 국내외 맥주에 비해 2배 가량 많은데다, 일부 도매업소에서 맥주를외부에 야적해 맥주 표면온도가 40℃까지 올라가 산화를 유발했다.
다시 말해 용존 산소량이 비교적 많다는 제조과정의 요인과 더운 날씨에 맥주를 바깥에 쌓아두었다는 유통 과정상의 요인이 결합돼 소독약 냄새와 유사한 냄새를 만들었다는 것.
그럼에도 식약처는 오비맥주에 원료 및 제조공정 관리 등을 철저히 하라고 시정권고를 하고 주류도매점 등에 고온 노출을 피해달라고 '요청'하는 선에서 대응을 마무리했다.
맥주에서 나지 말아야 할 소독약 냄새가 나는 데도 식약처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용존 산소량 관리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명섭 중앙대 교수는 "산화취가 위생상의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원래 식품에서 나지 않던 냄새가 난 것이니 품질 관리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냄새의 원인이 산화라는 발표 결과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냄새의 원인인 T2N은 젖은 종이, 가죽, 볼펜잉크와 같은 냄새가 나며 민감한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농도는 100ppt 수준이다.
이번에 신고 들어온 일부 제품은 이 수준의 3배인 303ppt의 T2N이 검출되기도 했다.
식약처의 관련 브리핑에 배석한 정 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맥주 중에서도 이번에 논란이 된 라거 종류는 냄새가 짙지 않아 산화취가 두드러질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산화취를 소독약 냄새로 오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한 식품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소독약 성분인 염소, 과산화수소 등에서 나는 냄새와 지방 산화취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맥주 소독약에 관련된 민원이 6월18일 처음 제기돼 관련 민원이 40여 건 이상이 들어왔음에도 식약처는 두 달이 지나서야 정밀 검사에 나서 논란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
반복되는 민원에도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원인 규명에 나서지 않는 동안 SNS에는 "시설 노후화로 소독약을 제대로 헹구지 못했다"거나 "가임기
식약처 관계자는 "제기된 민원에 대해 현장조사를 한 결과 소독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며 "8월 이후 SNS 등을 통해 관련 글이 퍼지고 신고가 늘어나 냄새 원인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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