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반떼가 국산차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국산차 최초로 판매대수 1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90년 10월 출시된 1세대(엘란트라)부터 현재 판매되는 5세대(아반떼MD)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974만9000여대에 달한다. 현재 판매 추세대로라면 올해 안에 100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5년간 매년 40만대, 매일 1070여대씩 판매된 수치다. 판매된 아반떼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 한바퀴(둘레 4만54km)를 두르고도 남은 4만5000km에 달한다.
1000만대는 ‘글로벌 국민차’의 기준이다. 폭스바겐 골프, 도요타 코롤라, 혼다 어코드, 아우디 A4 등 극소수의 자동차만이 얻게 되는 ‘영예의 타이틀’이다. 단순히 품질만 좋아서는 세울 수 있는 기록도 아니다.
개발, 생산, 판매, 고객관리 등 자동차메이커의 전사적 능력과 노력의 결실이다. 또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인기몰이를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또 미국, 유럽, 일본 등보다 짧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 역사를 감안하면 ‘1000만’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현대차의 우수한 상품성을 입증받고 있다는 증거이자 세계 자동차 산업에 기여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는 ‘공인 인증서’다.
◆엘란트라, 아반떼 서사시의 시작…준중형급 역사 창조
아반떼는 쏘나타, 제네시스 등 뛰어난 ‘형님’ 차종의 명성에 가려 있지만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톱 5’가 되는 데 가장 기여한 차다.
쏘나타는 미국에서 현대차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미국에 선보인 현대차의 17개 차종 중 가장 많은 222만여대가 팔렸다. 제네시스는 BMW, 벤츠 등 독일 명차 브랜드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현대차의 선봉장이다.
아반떼는 형님들만큼 명성은 높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현대차의 내실을 다지는 데 공을 세우고 마침내는 자신도 ‘글로벌 국민차’로 인정받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끝은 장대한 아반떼 서사시의 시작은 엘란트라가 열었다. 엘란트라는 지난 1990년 10월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엘란트라는 국산차 역사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여러 차례 했다.
당시 기존 차급 구분과는 다른 중형과 소형 차급 사이 세그먼트에 자리잡았다. ‘준중형급’으로 불린 최초의 차종이다. 기아 K3, 르노삼성 SM3 등 준중형차의 ‘시조’인 셈이다.
또 현대차가 외부 도움 없이 디자인부터 설계까지 개발한 차종이다. 쏘나타 플랫폼을 활용, 현재 글로벌 메이커 생산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플랫폼 공용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차종이기도 하다.
엘란트라는 1990년 10월부터 1995년 하반기 단종될 때까지 국내에서 58만1000여대, 해외에서 36만7000여대가 판매되는 등 총 100만대에 가까운 판매 실적을 올렸다.
현대차는 엘란트라를 아반떼 1세대 모델로 여긴다. ‘아반떼’라는 차명을 사용한 것은 1995년 출시된 2세대 모델부터다. 현재 판매되는 5세대 아반떼까지 20년간 아반떼라는 차명을 계속 쓰고 있다. 그러나 엘란트라의 상징적 의미와 브랜드 파워를 고려해 미국을 포함한 주요 해외 시장에서는 아반떼를 ‘엘란트라’라는 차명으로 수출한다.
◆아반떼MD, '밀리언셀러' 포문을 열다…100만을 넘어 200만대 판매
5세대 아반떼MD는 현대차의 상품성과 품질력을 세계에 알리고 현대차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로 올라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아반떼MD는 ‘감마 1.6ℓ GDi 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지난 2011년 말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인 워즈오토가 선정한 ‘2012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됐다.
아반떼MD는 2011년말부터 2012년 3월까지 캐나다, 미국, 남아공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세계 최고의 상품성을 갖춘 차로 인정받았다.
세계 시장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아반떼MD는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현대차가 국내 대표 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올라서는 데에 큰 힘을 보탰다.
아반떼MD는 2010년부터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 캐나다, 중남미 지역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중국과 인도 공장에서 생산·판매되고 있다. 해외 공장 3곳에서 생산·판매된 누적대수는 지난 7월에 ‘100만대’를 돌파했다.
단일 차종으로 해외 공장에서 생산·판매된 실적이 누적 100만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세대 쏘나타(YF)에 이어 두 번째다.
중국 북경 공장에서는 아반떼MD를 기반으로 만든 현지 전략형 모델 ‘랑동’이 생산되고 있다. 랑동은 ‘이란터(XD)’와 ‘위에동(HD)’ 등 구형 아반떼와 함께 판매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진출 첫해인 2012년에 8만여대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20만6000대 등 2년여 만에 중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 40만대를 돌파했다.
아반떼MD는 올해 초 ‘200만대’ 돌파라는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2010년 8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총 205만 4000여대가 국내외에서 판매된 것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판매대수는 224만4000여대에 달한다.
아울러 엘란트라를 제외하고 1995년부터 ‘아반떼’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지 20년만에 또 하나의 ‘200만대 돌파’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판매된 아반떼XD는 109만4000여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된 아반떼HD는 42만6000여대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아반떼MD는 올해 상반기까지 44만9000여대,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카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된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1만3000여대에 달한다. 아반떼 엠블럼을 단 차가 총 198만3000여대 판매된 것이다. 월 평균 7000대 가량 판매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9월 중 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대속도’ 신화 창조… 중국형 아반떼 ‘300만대’ 판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와 자동차 시장 부진이 거듭되는 와중에 나홀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중국은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다.
현대차는 2009년 중국 시장에서 57만여대를 판매, 43만5000여대를 판매한 미국보다 더 높은 실적을 올렸다. 2010년부터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판매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부상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판매한 472만1000여대 중 중국 판매대수는 103만1000여대에 달했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은 아반떼HD를 기반으로 만든 ‘위에동’ 등 현지전략 차종에 있다. 현대차는 위에동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뤄내 ‘현대속도’ 또는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2008년 중국에 첫 선을 보인 위에동은 지난해 3월 누적 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해 ‘밀리언셀러’에 등극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121만2000여대에 달한다. 지역별, 계층별 소득격차가 커 구형과 신형이 함께 팔리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특성 때문에 위에둥은 출시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는 ‘위에동’의 명성을 이어갈 신형 아반떼(MD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