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유예받은 팬택, 풀어야 할 숙제는?

팬택의 기업 회생 작업(워크아웃)을 둘러싼 가장 큰 걸림돌이 해소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1531억원 규모의 팬택 채권을 2년간 상환유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더라도 팬택의 앞길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스마트폰 업황 변화와 통신사들의 판매 지원 등 남은 숙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24일 이동통신 3사는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팬택 상거래 채권의 상환을 향후 2년간 무이자 조건으로 유예한다고 밝혔다.
상환이 유예되는 채권은 총 1531억원 규모다. 이날 현재 이동통신 3사가 팬택과의 거래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상거래 채권 전액에 해당한다.
단 팬택 측이 요청한 단말기 구매 건과 관련해서는 3사가 고객 수요 및 기존의 재고 물량 등 각 사의 수급 환경을 고려해 사업자별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팬택의 워크아웃은 가결이 유력할 전망이다. 산업은행 등 팬택 채권단은 조만간 회의를 열고 팬택 워크아웃 개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팬택의 경영정상화에 이동통신사들의 출자 전환을 전제조건으로 걸었으며 차선책인 상환 유예가 결정된 만큼 법정관리행보다는 팬택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여 회생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워크아웃이 실시된다 하더라도 팬택의 앞길은 험로가 예상된다. 우선 이동통신 3사가 팬택이 요구했던 단말기 구매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각 사업자별로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며 회피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리점 판매 보조 등의 형태로 이동통신사들의 지원이 제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단말기 구매 확정보다는 수준이 낮다. 따라서 팬택의 회생에 필수적인 매출 부문에 있어서는 다소 부정적인 상황이다.
스마트폰 업황도 팬택에 우호적이지 않다. 올해 들어 고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잦아들고 중저가 스마트폰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다양한 제품군을 가진 대형 제조사에게 유리하다. 팬택처럼 특정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회사는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다.
팬택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의 채무 유예 결정에 대해 "(기업 회생의) 첫단추가 끼워졌다"고 평했다. 다음 단추는 채권단이 끼워야 하겠지만 나머지 단추들을 끼우는 것은 온연히 팬택의 몫이다. 기업회생이 결정된 후 팬택이 신발끈을 고쳐매고 달려 나가야 이번 지원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이 두번째 워크아웃이기 때문이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