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팬택 실무진은 이동통신 3사에 출자전환 대신 1800억원의 채무 상환에 대한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팬택 채권은 SK텔레콤이 약 900억원, KT가 약 500억원, LG유플러스가 약 400억원 가량 갖고 있다.
팬택의 워크아웃 사태가 불거지자 산업은행 등 팬택 채권단은 기업 정상화의 조건으로 이통 3사의 1800억원 출자전환을 요구해왔다. 밀린 돈을 팬택의 주식으로 받아 주요 주주가 될 것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출자전환 결정이 세 차례 미뤄지면서 사실상 이통 3사는 출자전환에 대한 거부입장을 드러냈다. 이통 3사가 입장을 내놓을 때까지 상황은 무기한 연장에 들어가면서 채권단과 이통사간 줄다리기에 몸이 달은 팬택이 자구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이 아닌 채무기간 연장을 선택할 경우 이통 3사는 팬택 주주로서 지게 될 부담을 줄게 된다. 팬택의 주요 주주가 되면 추가적 지원에 대한 의무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팬택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 채권은 '종잇조각'이 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팬택은 일정 판매 물량을 보장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매달 이통 3사에 15만대 가량을 판매한다면 기업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말기 유통업체를 둔 이통 3사가 정해진 물량의 판매를 보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이사회 등 동의를 비롯해 단말 판매를 위한 추가 보조금 지급 등 추가 지원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이통 3사의 창고에는 선구매한 최대 70만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팬택 기기 재고가 쌓여있는 상황이다. 팬택의 워크아웃 가능성이 도래하면서 판매도 쉽지 않다.
하지만 팬택 협력사 60여 곳이 '팬택 협력사 협의회'를 구성하고 부품 대금의 일부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팬택 구하기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이통 3사는 난감해졌다. 채권 대다수가 제조사가
일단 이통 3사로서는 채무기간 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논의는 가능하지만 연장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부담을 굳이 떠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 물량 보장에 대해서는 이미 거부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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