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몇몇 스마트폰 업체들이 도입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프로젝트(AOSP)가 주목받고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하되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중국의 신흥 스마트폰 강자인 샤오미다. 아마존도 자사 태블릿 킨들 등에 AOSP를 적용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노키아도 AOSP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샤오미의 성공은 이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2010년 창업한 샤오미는 '홍미'라는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중국에서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다. 비교적 무난한 성능에 2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를 포섭했다. 후속 제품인 Mi3도 동급 경쟁 제품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샤오미 제품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독자 운영체제인 'MIUI'를 통해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를 스마트폰에 묶어둔다. 다른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 구글과 제조사, 통신사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 업데이트가 늦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치 애플처럼 지속적인 성능 향상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를 묶어두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장 점유율로 반영되고 있다. 샤오미는 올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레노버에 이어 11% 점유율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870만대를 판매한 데 비해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2600만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팔아치웠다. 게다가 올해 초 태블릿을 내놓은 데 이어 조만간 고가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Mi4를 내놓아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스마트TV도 출시했다.
이같은 성공은 샤오미가 AOSP를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AOSP는 안드로이드에 기반하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가 특별한 수정 등을 가하지 않아도 그대로 AOSP에도 앱을 내놓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관련 인프라도 이용할 수 있다. 단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구글의 서비스만 이용할 수 없을 뿐이다. 샤오미는 기반 인프라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면서 플랫폼, 서비스는 애플의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양자의 강점을 절묘히 결합했다. 이것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도 AOSP를 도입해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도 되지 않을까. 삼성전자는 사실상 수많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제조사 중 AOSP를 도입할 경우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업체 중 한 곳이다. S 헬스, S 보이스 등 다양한 자체 앱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 갤럭시 앱스토어도 제공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사용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자연스럽게 AOSP에 기반한 자체 플랫폼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AOSP를 사용할 수 없다.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HA)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주도해 지난 2007년 만든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는 안드로이드 확산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와 HTC, 델, 인텔, 퀄컴 등 해외 업체들이 가입해 있다. 이들은 OHA가 실시하는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을 통해 안드로이드 표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단체는 누구나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지만 한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바로 다른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만들지 않겠다는 서약이다. AOSP를 운영하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샤오미는 모두 이 단체의 회원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AOSP를 만드려면 OHA를 탈퇴해야 한다.
지난해 갤럭시S4를 내놓을 즈음 삼성전자는 구글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자체 앱과 서비스를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구글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이에 근거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특허 동맹 등을 댓가로 챙기는 대신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충실할 것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5에서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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