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은 기관들 입장에서도 복불복 요리 같은 존재다. 일단 사전 정보가 매우 부족한데다 상장을 앞두고 IR(기업설명회) 등을 통해서나 정보를 볼 수 있다. 음식으로 치자면 요리 전 재료 상태의 모습은 알 수 없고 식탁에 올라와 있는 완성된 요리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잣대는 여전히 엄하다. 2011년 중국고섬 사태 이후 3년동안 몸소 체험한 '차이나 디스카운트(중국기업 저평가)' 때문.
이 같은 엄격한 잣대는 개인이나 기관이나 비슷하다. 개인은 중국 기업이 여전히 불안한 존재로 평가하고 기관 역시 차이니즈월(기업 내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장치·제도) 때문에 동종업계에서도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 기업과 달리 중국 기업은 어떤 기업인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 해당 회사 홈페이지도 대부분 중국어로 구성돼 있는데다 이마저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개인이나 기관 모두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불만 중 하나다.
이처럼 국내 시장이 녹록치 않음에도 중국의 완구기업 '헝성(恒盛)'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헝성은 오는 8월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상장예비심사가 통과되면 본심사와 공모가 산정 등을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 한국 증시에 입성하게 된다. 상장 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다.
헝성의 상장이 성사되면 지난 2011년 6월 완리의 코스닥 상장 이후 3년 동안 한국 증시를 외면했던 중국 기업들이 다시 신규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문제는 여전한 차이나 디스카운트다.
시발점이 됐던 중국고섬은 지난 2011년 1월 한국 증시에 상장했으나 그 해 3월 회계부정 논란으로 상장 3개월 만에 거래 정지됐다. 투자자들의 자금은 2년 반 동안 묶여 있다가 중국고섬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 절차를 밟으면서 겨우 풀렸고 막대한 투자자금 손실이 뒤따랐다.
대우증권은 중국고섬의 상장 주관사로서 기업실사를 벌였지만,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피해를 불러온 점을 지적받아 지난 2월 '기관경고'와 함께 담당 임직원 14명이 정직과 감봉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끝이 아니다. 최근 이스트아시아홀딩스는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서 19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대규모 물량 우려가 제기된 바 있고 중국원양자원은 지난해 발행한 BW의 기한 이익상실로 대표이사가 담보로 제공한 지분이 채권단에게 넘어가 채권단의 담보물 처분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원양자원은 중국내 거래처 10여 곳과 거래 중단 통보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까지 제기돼 또 다시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모처럼 중국 기업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찬물을 끼얹는 형국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상장 유치 실적에 급급하고 관리·감독은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섬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기존 외국 기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 주관사와 해당 외국 기업도 기존 프로세스에 따른 상장 업무 진행에만 바쁠 뿐 회사 소개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라며 "상장에 앞서 한국어 홈페이지 개설 등 더욱 더 적극적으로 기업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992년에 설립된 헝성은 2004년 아테네와
2010년 매출액 506억원, 영업이익 132억원, 순이익 66억원에서 2013년 매출 1947억원, 영업이익 605억원, 순이익 28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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